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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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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생존기] 48기 안대훈 (8) 보내줘야 할 때를 아는 것

  • 기사입력 : 2016-11-04 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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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살의 나는 보내줘야 할 때를 알지 못했다. 찌질하게 바지자락을 붙들고, 받지도 않는 전화를 수차례 걸어댔다. '너를 위해' 라는 생각으로 '나를 위해' 라는 내 맘만 채우려 했다. 정말 부끄러운 기억이다.

    지금이라고 보내줘야 할 때를 잘 아는 건 아니다. 이전보다 좀 더 나아지진 않았나, 라고 생각할 뿐이다. 내게 착각은 자유라고 말하고픈 무례한 독자는 없으리라 믿는다. 만약 있다면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걸맞게 댓글로 의사를 표현해 주길 바란다. 회사 방문은 거절한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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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월 전 첫 출근한 안대훈 수습기자.
     

    보내줘야 할 때를 강조하는 이유는 여러분을 위해서다. 알는지 모르지만, 우리 신문사는 수습기간이 3개월이다. 고로 다음 주면 나는 수습을 뗀다. 더 이상 수습기자 생존기가 업데이트될 수 없다는 얘기다. 생존기를 재밌게 읽으셨던 독자들이 수습기자 안대훈을 이제 보내줘야 할 때가 왔다는 의미기도 하다.

    나는 여러분이 찌질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츠~암을 수가 없다. 여러분이 '나를 위해'라는 맘보단 '너를 위해'라는 생각을 가진 성숙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생존기는 다음 수습기자가 올 때까지 잠시만 안녕.

    오늘 나는 조금 건방을 떠는 것 같다. 수습을 뗀다는 기쁨과 두려움에 정신줄을 놓은 게 분명하다. 기쁘면서도 몸서리치게 두려운 한 주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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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1월 2일자 6면에 게재된 안 기자의 기사.

    정식 기자가 되면 기쁜 점은 월급이 오르고, 명함이 나와서 나를 소개할 때 노트북(겉면에 경남신문 로고 붙어 있음)을 꺼내 보여주거나 장황한 부연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두려운 점은 '수습'이라 용서 받던 부분이 사라지고,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린다는 것이다. 마감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팩트체크를 정확히 하고, 물 먹지 않고(이슈를 놓쳐 기사를 못 쓰는 경우를 말하는 은어), 기사가 가져올 파장도 고려해야 하는 등 셀 수 없이 많은 부담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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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1월 4일자 7면에 게재된 안 기자의 기사.

    그렇다고 그만 둘 것은 아니다. 작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느낀다. 나는 분명 느낀다고 적었다. 그러니까 기자로서 뭔가 해야 한다는 느낌은 강하게 받는데,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 내용은 독자님들이 채워주셨으면 한다. 물론 저도 열심히 두 발로 뛰고, 머리를 최대한 굴릴 것이다.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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