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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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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밀양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해울’ 박수훤 원장

“장애인들 최저임금이라도 벌 수 있게 돕고 싶어요”

  • 기사입력 : 2016-11-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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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든 요즘, 장애인 일자리 발굴과 소득 창출을 위해 젊음을 헌신하는 사회복지사가 있다.

    그는 직업재활시설에서 장애인들과 동고동락하며 힘든 노동을 이끌고, 직접 참여하며 장애인과 함께 땀 흘린다. 장애인이 하기 힘든 많은 일을 대신해주고, 그로 인해 소득이 생기면 노동에 참여한 장애인들에게 지급하며 장애인의 삶을 희망으로 개척해 주는 사람.

    밀양시 무안면 운정리 28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나눔과 베품’ 소속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해울’의 박수훤 원장 이야기이다.

    지난 1일 밀양도서관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방역(소독)과 출장 스팀세차에 분주하던 박수훤 원장을 만나 장애인 직업의 중요성과 현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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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훤 ‘해울’ 원장이 지난 1일 오전 밀양도서관에서 출장 스팀세차를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별따기’ 장애인 일자리, 돌파구 열다

    박 원장이 근무하는 곳은 ‘해울’이라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다.

    직업재활은 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직업을 확보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련의 서비스를 말한다. 장애인들에게 직업 상담을 통해 훈련과 취업을 시키고 퇴직하더라도 사후까지 관리하는 부분이 직업재활이다.

    ‘해울’이 위치한 밀양에는 지난해 말 기준 등록장애인 수가 8124명이다. 또 ‘해울’을 포함, 3개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있고 자활센터가 있다.

    박 원장은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빨래집게·옷걸이 조립과 포장, 쇼핑봉투 만들기 등 임가공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장애인 일자리로는 임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고, 장애인 인식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질의 일자리 개발은 직업재활시설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박 원장은 5년 전부터 시설에서 ‘누에’와 누에를 활용한 ‘진품누에동충하초’를 생산하고 있다. 누에와 동충하초는 당뇨와 고혈압에 탁월하고, 피로 회복과 원기 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봄과 가을에 누에를 키워 동충하초균사를 주입하는데, 이 균사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해 ‘해울’을 포함한 전국 5농가에만 보급해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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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훤 원장이 지난 1일 장애인들과 함께 밀양도서관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누에의 먹이인 뽕잎은 청정지역인 밀양 무안면 운정리에 식재된 뽕나무밭에서 채취해 공급한다. 누에는 오염된 뽕잎을 먹으면 곧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농약과 오염물질이 전혀 없는 청정 뽕잎 공급이 관건이다.

    박 원장은 뽕잎의 안정적 생산·공급을 위해 내년에는 뽕밭을 늘리고, 밀양시와 논의해 잠사를 신축, 누에 사육량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누에 재배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누에농사 전문의 전국 양잠조합과 선진농장 등을 찾아 기술을 연구하고, 연말에는 MOU를 체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고품질 누에를 더 많이 생산해 더욱 많은 임금을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일자리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방역(소독)과 올해 출장 스팀세차를 시작했다.

    방역(소독)의 경우 경남에서 보건복지부 지정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지정된 곳은 ‘해울’뿐이다. 또 출장 스팀세차도 올해부터 보건복지부의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지정받아 장애인들과 출장 다니며 열심히 스팀을 쏘고 차도 닦고 있다.

    방역은 경상남도장애인종합복지관과 밀양시 사회복지과에서 산하기관과 단체에 홍보 공문을 발송해 주고 전화해 주는 등 많이 지원한다고 고마워했다.

    박 원장은 “방역(소독)은 경남 전역에서, 출장 스팀세차는 밀양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방역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법’으로 계약이 많을 줄 알았는데, 홍보가 되지 않아 서비스 주문이 뜸한 상황”이라며 “연말과 연초에 방역 계약이 활발하니 그때까지 더욱 열심히 뛸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박 원장은 “현재 누에와 동충하초는 SNS와 카페 활동을 통해 판매하고 있고, 앞으로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고유고객을 확보하고 네이버와 다음 홈쇼핑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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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훤 원장이 지난 1일 오전 장애인들과 함께 밀양도서관에서 출장 스팀세차를 하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쥐꼬리’ 장애인 월급, 최저임금 꿈꾼다

    장애인들이 고부가가치 노동에 참여해 더 많은 임금을 가져가는 게 박 원장의 소망이다. 그래서 박 원장은 최저임금적용 제외 장애인들이 최저임금(130만원 선)이라도 받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일자리 발굴과 부가가치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다.

    대다수 직업재활시설에서 많이 하는 빨래집게 조립·포장, 쇼핑봉투 만들기 등의 임가공은 10명의 장애인이 한 달 내내 일해도 전체 수입이 3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 원장은 누에와 동충하초를 생산하고, 방역(소독)과 출장 스팀세차에 주력해 1인당 평균 40만~55만원(최저임금적용 제외 경우) 정도의 임금을 맞춰내고 있다.

    박 원장은 “경증 장애인은 최저시급으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생활이 가능하지만, 중증 장애인은 돈을 번다기보다 사회 훈련과 프로그램에 동참하기 위해 출근한다고 보면 된다”며 “훈련을 통해 소속감을, 프로그램 참여로는 사회통합에 기여하면서 급여도 받고 또 삶이 향상되면서 만족감과 자존감이 더 커지는 선순환 과정이 창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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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훤(가운데) 원장이 지난 1일 오전 장애인들과 함께 밀양도서관에서 출장 스팀세차를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박 원장은 “저희 장애인 근로자분들께 물어보면 매일매일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가장 좋고, 눈치와 욕을 듣지 않고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씀하신다”며 “작업 능력이 좋으신 분들은 더욱 많은 임금을 받고, 그렇지 않은 분은 조금 덜 벌어가기도 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직업재활 발전과 확대를 위해 박 원장은 정책수립 과정에서 지금보다 많은 공청회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펼쳐 줄 것을 원하고 있다. 현장이 공감하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현장의 여건과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원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 나와도 장애인에 대한 국민들의 근본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근로 실현은 요원하다고 우려한다.

    박 원장은 “장애인이 생산한 물건은 하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사회 구성원들이 장애인과 함께하기에 더욱 꼼꼼하게 물건을 잘 만들고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긍정적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사회적 인식 개선을 희망했다.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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