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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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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과학으로 노벨상, 기술로 시장 점유- 이정환(재료연구소 부소장)

  • 기사입력 : 2016-10-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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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 수상을 갈망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서는 올해도 일본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표현은 하지 않지만 부러움과 존경의 양면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일본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과학 분야 수상자가 22명으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각종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2년째 세계 1위인데 과학기술 생산성이 낮다는 질책성 기사를 쏟아내며 가까운 일본의 노벨상 수상 소식과 대비한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거나 네이처(Nature)와 같은 유수의 잡지에 논문을 기고하면 명예가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비 지원도 쉬워지는 등의 혜택을 내걸고 연구개발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과학기술계를 지배한 지 제법 됐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 우리나라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건가 궁금하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교수는 노벨상 수상과 같은 뛰어난 연구 성과를 바란다면 죽은 나무에 물을 붓고 자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세상을 바꾸는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무모한 과학자와 이들의 황당한 연구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환경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도 과학 분야에서는 모두가 성공하는 게 아니지만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해 주는 요소로 자유로운 탐구 정신과 성과가 없는 오랜 시간을 견디며 탐구하는 인내력, 이런 연구를 뒷받침해주는 연구 환경이 필수적이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연구 분야의 기본적인 정책 기조는 ‘선택과 집중’인 것으로 보인다. 좁은 국토에 유한한 자원을 가진 나라로서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통한 성과 창출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투자 대비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학 기술계만이 아니라 정책 담당자들도 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과학적인 지식을 찾아내면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응용기술의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을 한다. 기술 개발도 기술수준단계라는 척도를 가지고 상용화로 가기 위한 전략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성과가 나겠지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믿음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과학은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고, 기술은 인류의 DNA를 후세에 성공적으로 넘기기 위해 오늘 하루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다. 엄밀히 말하면 과학과 기술은 근본적인 속성뿐만 아니라 존재방식이 다르다. 즉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이라기보다는 과학적 지식을 이용한 기술이 더 정확한 이해 방식이다. 필자가 이 칼럼에 참여한 이후에도 경제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에 대해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가장 먼저 들여다볼 것은 과연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듣는 게 필요하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기술을 연구해야 할 사람이 노벨상을 받겠다고 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며 소중한 자원의 낭비다. 기술에 기반한 산업을 육성하려면 정책적으로도 미래의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무엇이 칡넝쿨처럼 살아 남고, 봄날 벚꽃잎처럼 바람에 날아갈 시류인지를 가려야 한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카지타 타카아키 교수는 일본 과학계에 예산 지원이 줄어들어 20년 뒤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우리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평생 예산 걱정 없이 인간에 대해서, 우주에 대해서 근원적인 탐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정환 (재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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