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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을이 흐르는 낙동강- 이종수(김해낙농육우협회장)

  • 기사입력 : 2016-10-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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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백 리를 내달은 강물의 여정이 마침표를 찍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는 곳. 서쪽으로는 수산대교가, 동으로는 삼랑진 철교가 보이는 무척산 발치 이승모퉁이(강물이 산허리를 감돌아 소용돌이치므로 빠지면 나오기 힘들다 하여 붙여진 이름). 이곳은 25년 전 낙농을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경운기에 낫 한 자루만 싣고 오면 반나절도 안 되어 한가득 풀을 벨 수 있을 정도로 갈대와 물억새 천지였다.

    하지만 어느 해부터인가 한두 사람이 갈대밭을 일구어 경작을 시작하더니, 대형 농기계가 등장하고 나서는 강변은 전부 농지가 되어버렸고, 농지의 작목도 배추, 무, 감자, 당근 등 단순 작물에서 딸기 하우스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우스단지가 된 강변의 실체가 어떠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농약과 비료 살포뿐만 아니라 온갖 농업쓰레기는 말할 것도 없고, 생활쓰레기까지 투기된 강변의 오염된 물이 아무런 여과도 없이 강으로 스며들었으니 강으로서는 참화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던 강변에 푸른 수양버들과 하얀 물억새꽃이 손 흔들며 반기는 정겨움에 강물도 잠시 먼 여정의 피로를 푸는 듯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시비는 접어 두자. 문제는 사업의 공과가 아니라 누천년을 흘러 왔고, 앞으로도 흘러갈 낙동강을 어떻게 하면 우리의 후손들이 마음 놓고 멱 감을 수 있는 2급수의 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최소한의 조건인 강변은 강에게 돌아갔다. 보 때문에 물의 흐름이 막힌다면 보를 철거하면 되고, 손도 못 댄 지류의 정비도 하자. 무엇보다도 대구 이상의 낙동강 상류지역의 오염원을 원천 차단해 안동댐 물이 부산 하구언까지 그대로 이르게 하자. 그리하여 하구언 씨알 굵은 재첩으로 해장국 끊여 먹고, 뜰채에는 잉어, 붕어가 퍼덕이며 낚싯줄에는 뱀장어가 휘감기는 모습이 가을을 띄우고 이승모퉁이를 휘돌아가는 강물에 취한 추몽(秋夢)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종수 (김해낙농육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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