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현금 없는 사회, 약인가 독인가- 손교덕(BNK경남은행장)

  • 기사입력 : 2016-10-24 07:00:00
  •   
  • 메인이미지

    최근 핀테크(FinTech) 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힘입어 세계 각국에서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661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지폐를 발행하며 현금의 대중화를 이끌어 냈던 스웨덴이 이제는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15년 스웨덴 국민들의 현금결제 비중은 20% 수준으로 전 세계 평균인 75%의 4분의 1 수준이다.

    덴마크는 주요 소매업종에서 현금수납을 거부할 수 있는 법안을 시행한 데 이어 올해 말부터는 국립은행에서 덴마크 크로네 화폐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생산기능을 분리해 해외에 아웃소싱하기로 했다. 프랑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국가들은 1000유로 이상의 거액거래에서 현금 사용을 제한하고 위반 시 최대 수십 배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한국은행은 ‘2015년도 지급결제 보고서’에서 향후 추진과제로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의 가능성을 제시해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동전 없는 사회부터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금 없는 사회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이슈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의 가장 큰 장점은 우선 현금발행 및 거래에 수반되는 여러가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현금 없는 경제: 의미와 가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현금거래로 발생되는 직접적 비용만 국내 GDP의 1~2%에 이르기 때문에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매년 그만큼의 경제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또한 지하경제의 규모를 크게 축소시켜 경제정의를 구현할 수 있고, 현금 사용으로 유발되는 각종 범죄를 없앨 수 있다고 전망한다. 모든 거래가 전자시스템에 의해 추적되기 때문에 세금포탈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위조지폐 사기 등의 위험도 사라지게 된다.

    한편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하면 소매치기가 없어질지라도 해킹 등의 새로운 위협이 나타날 것이며, 모든 것이 기록되는 전자결제시스템을 통해 투명한 사회를 넘어 감시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보안강화를 위해 도입하고 있는 지문, 홍채, 정맥인식 등 생체인식방식이 당장에 강력한 방화벽을 만들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 번 노출된 개인의 생체인식정보는 죽을 때까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감시의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금 없는 사회는 CCTV로 비유하기도 한다. CCTV가 수많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지만 반대로 사생활을 침해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장점이 순식간에 단점으로 둔갑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높은 윤리의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한 나라지만, 세계 100대 핀테크 업체 리스트에는 국내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지나친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지만 그렇다고 급하게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역효과에 사전대응함으로써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현금 없는 사회가 주는 순기능을 향유할 수 있다. 맹목적인 트렌드 추종보다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손교덕 (BNK경남은행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