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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詩集)을 사네 - 강신형

  • 기사입력 : 2016-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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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머니에 더러, 믿음이 남아 있는 날이면

    18세 어여쁜 청춘들이 눈 시리운 창동 거리에 나가

    오롯이 솟아나는 그리움으로 한 혁명가의 시집을 사네

    단돈 3천 원에 죽음보다 깊었던 그대

    목숨을 사네


    ☞ 가을이면 책 읽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 하여 ‘독서의 달’로, 각종 언론매체나 기관마다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가을만 되면 왜 ‘독서의 달’로 정하여 책 읽기를 권장했을까? 개인적으로는 불만이다. 여름이나 겨울처럼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는 나들이하기에 얼마나 좋은가. 또 들과 산에는 가을꽃이며 단풍으로 물들어 바라보기 좋은 풍경들로 그저 그만인 계절을 두고, 굳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이름표까지 달아야 하나 싶어서이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자. 계절에 시시비비할 일이 아니라 과연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를. 게다가 손에 쏙 들어 집어 들기에도 좋은 시집을 사 본 적이 언제였는지? 물론 시인은 우리 지역의 오래된 헌책방인 ‘영록서점’에 갔을 수도 있겠고, 또 창동에서 60년이나 된 ‘학문당 서점’에서 오래 묵은 시집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시인은 어여쁜 청춘들을 뒤로한 채 서점에서 한 혁명가의 절규가 담긴 책을 보석처럼 찾아냈다. 짧은 시편 속에서 시인은 단돈 3천 원짜리의 시집을 샀다고 하지만, 목숨을 담보한 혁명가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어떤 종류의 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요즘 말로 달달한 시집 한 권을 사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것도 멋진 가을을 보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목숨과 맞바꾼 삶들이 늘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할 것이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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