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정민주 기자의 영화읽기- 매그니피센트7(감독 안톤 후쿠아)

1960년 ‘황야의 7인’에 7명의 새로운 무법자들, 스크린 장악할까?

  • 기사입력 : 2016-09-26 22:00:00
  •   
  •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웨스턴영화 장르의 대표주자인 ‘황야의 7인’이 새로운 캐릭터를 품고 돌아왔다. 1960년 개봉한 영화 ‘황야의 7인’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미국 서부개척시대로 옮겨온 영화였다. 이로써 ‘매그니피센트7’은 두 번째 리메이크된 셈이다. 주머니에 총을 찬 무법자들이 정의를 위해 영웅이 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요즘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메인이미지

    영화는 폭탄이 터지는 굉음과 서부 광산을 배경으로 극을 시작한다. 무대는 서부개척시대인 1879년 미국의 한 평화로운 마을 로즈 크릭. 노다지 금광을 노린 악당 보그(피터 사스가드) 일당이 마을에 나타난다. 보그는 자본을 무기로 농부들의 터전을 빼앗고자 하고, 이에 저항하는 주민들을 잔인하게 죽인다. 보그 일당에게 남편을 잃은 엠마(헤일리 베넷)는 인근 마을에서 만난 현상금 사냥꾼 치좀(덴젤 워싱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치좀은 엠마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자신을 도와줄 총잡이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도박꾼 패러데이(크리스 프랫)와 남북전쟁 시절 인연을 맺었던 굿나이트(이선 호크), 굿나이트의 동료 빌리(이병헌)를 포섭하고, 자신이 쫓던 범죄자 바스케즈(마누엘 가르시아 룰포)의 마음마저 돌려세운다. 여기에 길에서 마주친 옛 인디언 사냥꾼 잭 혼(빈센트 도노프리오)과 인디언 전사 하베스트(마틴 센스마이어)가 합류하며 최상의 멤버 7인의 멤버가 완성된다.
    메인이미지
    웨스턴영화 장르 대표주자인 황야의 7인.


    서부영화의 묘미는 역시 액션. 배우들은 화끈한 액션 연기를 위해 CG는 최대한 줄이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했는데, 덕분에 실제로 무기를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배우들은 총잡이의 능숙함을 보여주기 위해 권총을 돌리는 연습은 기본이고, 안장 없이 말을 타는 훈련도 해냈다.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칼과 활을 활용해 신선함을 보탰다. 국내에서 무술감독으로 가장 이름난 정두홍 감독이 직접 촬영현장을 찾아 노하우를 전수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할리우드에서 악역을 맡아 온 이병헌이 처음으로 정의로운 역할을 맡은 데다 손꼽히는 비중을 차지해 눈길을 끈다. 다부진 표정으로 양 손에 칼을 쥐고 싸우는 모습은 매력적이다.

    메인이미지


    다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에피소드가 더해지므로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도록 연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캐릭터들의 만남이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인물과 사건,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서다. 영화 속 일곱 명의 주인공이 모이는 과정은 너무나 쉽고 단조롭다. 그래서 관객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50년을 훌쩍 넘긴 영화를 오마주로 다시 제작한 이유에 대해 안톤 후쿠아 감독은 “지금도 대가 없이 무참히 짓밟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들에겐 7인의 무법자 같은 특별한 이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서부개척시대는 총이 법보다 강하고 금이 사람보다 중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 영화 초반에 보그가 마을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이유에 대해 “민주주의는 결국 자본주의인데, 너희들이 종교와 결합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막는다”는 번지르르한 말로 기독교와 자본주의를 살짝 꼬집는 정도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메인이미지


    그러나 흑인감독의 시선 탓인지 당시 다양한 인종이 미국에 모여들었던 점은 놓치지 않았다. 전작과 달리 동양계인 이병헌을 비롯해 멕시코에서 태어난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원주민 출신 마틴 센스메이어 등 여러 인종의 배우를 캐스팅해 현대적으로 다문화사회로 재해석했다. 또 불의에 맞서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켜 원작과 다른 차별을 꾀했다.

    메인이미지


    한결 다이내믹해진 액션 장면은 매그니피센트7이 월등하지만, 재미와 감동은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어린 시절 작은 TV화면 앞에서 눈 나빠진다는 엄마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토요명화’ 속 서부의 총잡이를 응원하던 기억이 남아있다면 새로운 무법자들을 만나 보길 추천한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