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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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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양산시의 ‘아니면 말고식 행정’- 김석호(사회2부 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6-09-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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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을 알리고 관광활성화에 활용할 목적으로 공모·제작된 노래가 폐기될 처지에 놓이자 시민들의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시민들은 노래가사에 양산을 대표하는 사찰도 들어있고 사람의 감성을 울리는 내용도 있어 좋다고 하는 한편 일부는 해당 사찰이 비구니 스님만 있는 곳이어서 내용이 좀 그렇다는 의견이다.

    양산시는 지난해 5월 양산노래 공모에 나서 ‘내원사의 밤’을 선정하고 올해 4월 가수 및 제작자를 섭외한 데 이어 6월 노래편곡 및 음반제작, 한국음반산업협회에 음원등록까지 마쳤다.

    그러나 지난 7월 4일 모 인터넷 매체가 ‘내원사의 밤’ 노래 중 일부 가사(내원사에 밤이 오면 떠난 님 못 잊어서…)가 비구니 스님을 폄하하는 내용이 아닌가라는 지적이 있자 내원사는 노랫말에서 ‘내원사’라는 명칭을 삭제해주고 노래홍보를 중단해 줄 것을 양산시에 요구했다. 양산시는 다음 날인 5일 내원사의 밤 노래 홈페이지를 닫고 홍보를 중단했다. 이어 11일 시 관계자가 내원사와 통도사를 방문해 노래를 만든 시의 입장을 전달 및 설명했으나 내원사 삭제라는 주장을 바꾸지는 못했다.

    시는 현재 노랫말 중 ‘내원사’를 ‘천성산’으로 변경·제작해 양산홍보에 이용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4일 시는 한국음반산업협회에 ‘내원사의 밤’ 음원등록 신탁해지를 신청했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가수측이 추가비용(약 600만원)을 들여 가사를 바꿔 음원등록을 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수 측은 가사변경 음원등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유는 추가비용도 문제지만 노래가사에서 유명 사찰인 내원사를 빼면 본래 노래 맛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 것에 대해 예산낭비는 차치하고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 지역여론이다.

    우선 공모한 노래 가사를 선정하기 전에 특정 사찰명이 들어 있는데도 해당 사찰의 입장을 들어 보지 않은 것이다. 또 종교계나 지역 사찰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가사내용에 대한 법률적 검토 없이 시가 사찰의 주장을 서둘러 수용한 것이다. 결국 양산노래공모와 선정은 ‘아니면 말고식’의 행정이 된 셈이다.

    비슷한 선례도 있다. 2년 전 출시한 ‘삼장수 빵’도 이씨 종가에서 이의를 제기해 ‘삽량 빵’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삼장수 밥상도 현재 모 농가 밥집에 메뉴만 살아있는 형편이다. 남의 이름이나 명칭 등을 사용할 경우 명예 등을 폄하 내지는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동의를 구해야 함은 기본적인 절차다. 양산시의 위상이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양산시의 ‘아니면 말고식 행정’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한다.

    김석호 (사회2부 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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