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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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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아름답거나 감동적인 시처럼- 임성구(시인)

  • 기사입력 : 2016-08-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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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꽃과 나무들은 지쳐 있다. 경북 어느 과수농가에서는 나무에 매달린 과일들이 덜 성장한 채로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통영 앞바다는 수온상승으로 인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도 전한다. 또 어느 학교에선 집단 식중독에 걸려 교육당국이 비상이라는 소식도 전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누진세 폭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온열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폭염은 우리의 일상에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다. 시름이 깊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정치는 매우 시끄럽다. 북한의 폭력적인 경고성 시위도 그렇고, 방어력을 높이려는 우리나라의 사드배치 문제도 그렇다. 이런저런 이유로 만들어지는 잡음과 온갖 굵직굵직한 정치스캔들은 폭염보다 더 뜨겁고 날카롭기까지 하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을 비웃기라도 하듯,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치와 연예인들의 반갑지 않은 이슈들로 인해 대중의 마음은 지쳐 간다. 무슨 뿌리식물에서 덩이를 캐내듯 하는 정치와 연예인들의 각종 이슈는 너무나 많이 닮아 있다. 이것들은 대중들의 눈과 귀를 돌리기에는 너무 식상하고 뻔해서 흥미롭지 못한 시나리오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솔직하고 담백해서 아름다운 정치의 모습은 모든 대중들의 희망일 것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정치’라고 할 정도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유능한 정치인들이 많은 스웨덴에서는 국민들이 자국의 정치인들을 100% 신뢰한다고 한다. 가령 정치인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참여하다 보니 어느덧 정치인이 돼 있었다고 하는 리즈완 엘라히 의장의 말처럼.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일하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직업이 정치인이 돼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진정 시원하고 아름다운 정치.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유능한 정치는 없는 것일까? 불볕더위에도 시인이 그려내는 문장처럼 깨끗해서 아름다운, 뭉클해서 감동적인, 여운이 오래 남는 그런 정치는 없을까? 시인이 시를 쓰기 위해 쓸모없이 자란 풀 한 포기, 못생기고 상처 난 꽃에도 세세한 눈길을 주듯, 힘없고 가난한 국민에게 세세한 눈길을 주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정치세계를 펼쳐간다면 국민은 감동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파벌정치를 하고 있지 아니한가. 이해와 소통보다 무조건 싸워서 이기려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혈투를 하면서 학교폭력을 운운하는 현 정치판이야말로 정말 아이러니하지 아니한가. 자라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또 국민들은 무엇을 존경하며 따를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는 막장드라마나 폭력 영화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정치가 아름답지 않고서는 사회가 아름다울 수 없다. 정치가 아름다우면 뉴스도 아름다울 것이고, 우리가 즐겨 보는 드라마도 영화도 스포츠도 아름다울 것이다. 아름다운 감성을 키워야 할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폭력적인 말과 행동도 사라질 것이다. 폭력성이 사라진 건강한 사회는 매우 감동적일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서로에 대한 깊은 배려와 존중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보다 더 존경받는 대상이 돼야 한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처럼 정치 혁신이 필요하겠다. 자연적으로 과열된 기온과 정치적으로 과열된 수위가 언제쯤 수그러들까? 폭염열차는 처서를 지나서 가을로 향해 가고 있는데….

    임성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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