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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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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 통적지혐(通敵之嫌)- 적과 내통한 혐의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8-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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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왜란(壬辰倭亂)이나 병자호란(丙子胡亂) 등 나라에 큰 난리가 있으면 반드시 적에게 붙어서 자기 조국을 해치는 사람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적과 내통하는 사람들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적군이 쳐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적에게 붙어 자기 조국에 분풀이하는 자들이다. 둘째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마지못해 협조하는 자들이다. 셋째는 자기가 하는 언행이 적을 이롭게 하고 조국을 해롭게 한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자들이다.

    전쟁이 끝난 뒤 어떤 종류든 간에 이런 자들에 대한 심판이 벌어지는데, 적의 침략을 받거나 점령을 당하거나 압제를 받거나 간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그 국가나 민족의 큰 불행이다.

    임진왜란 때 국경인(鞠景仁) 같은 자는 함경도에서 조국을 배반하고 왜장 가등청정(加藤淸正)에게 붙어 함경도로 피난갔던 선조(宣祖) 임금의 두 아들을 사로잡아 가등청정에게 바쳤다. 병자호란 때 정명수(鄭命守)란 자는 원래 노비 출신이었는데, 정묘호란(丁卯胡亂, 1627년) 때 청나라로 잡혀가 중국말을 배웠다. 병자호란 때는 조선을 쳐야 한다고 적극 주장해 청나라 군대의 앞잡이가 되어 조선에 들어와 대신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거드름을 피우면서 행패를 부렸다. 자기 하수인을 시켜 조선의 여러 정보를 수집해 청나라 조정에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김자점(金自點)은 인조를 임금으로 앉히는 인조반정(仁祖反正)에 가담하여 1등 공신이 되었고, 벼슬도 최고직인 영의정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자기가 정계에서 밀려나자 청나라에 자기 심복을 보내어 “조선이 청나라를 칠 계획을 하고 있으니 군대를 이끌고 와서 조선을 치시오”라고 요청하면서 조선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자기 일신의 출세만을 추구했을 뿐 자기 민족이나 조국은 안중에도 없었던 자들이다.

    적에게 포로가 되거나 무슨 책이 잡혀 자기 민족이나 조국을 파는 사람은 많이 있었다. 상해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가로 활약하면서도, 가난을 견디지 못해 일본 경찰이 내미는 돈을 받고는 임시정부의 상황을 일본에 제공한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나 말이나 글이 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사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야당 국회의원 6명이 중국을 다녀왔다. 중국은 한국 내 여론의 분열을 바라기 때문에 이들의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에 가서 어떤 관리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교수 연구원 몇 명과 좌담회 두 번 하고 돌아왔다. 중국 언론에서는 중국의 주장에 동조한 것처럼 이용하고 있다.

    사회 지도층 인사나 지식인들은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의 의도와 달리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엉뚱한 방향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通 : 통할 통. *敵 : 대적할 적.

    *之 : 갈 지. *嫌 : 싫어할 혐.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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