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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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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2 우리 동네 청춘] 인스타그램 스타 ‘거제의 쑥칼렛’ 김혜숙 씨

일상을 여행하듯 사진 찍는 ‘평일 오전 여행자’

  • 기사입력 : 2016-08-1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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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타그램에서 ‘#거제도’를 검색하면 어김없이 그녀의 사진이 뜬다.

    그 사진들 속 거제도는 흔히 알려진 풍광과는 좀 다르다. 한마디로 낯선 외국 같다.

    ‘와우, 거제도가 이렇게 예쁜 곳이었어?’ 사람들은 열광한다. 사진 한 장에 기본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좋아요’ 버튼이 눌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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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반해 거제를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가까이는 부산에서, 멀리 서울에서도 온다. 그녀는 그들과 거제를 여행하며 또 사진을 찍어 올린다.

    지난 3년간 매일 신비로운 거제의 사진들을 공개하며 인스타그램 유명인사가 된 ‘쑥칼렛’, 김혜숙(35)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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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스스로를 “거제도에서 매일매일 여행하는 평일 오전 여행자”라고 소개한다.

    매일 여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또 그녀는 이 사진들을 왜 매일 찍어 올리는 걸까. 그녀를 만나기 위해 거제 구조라해변 앞 작은 어촌마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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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숙씨가 카메라를 들고 거제 구조라해수욕장을 걷고 있다.


    소녀, 여행자가 되다

    바닷가 소녀는 큰 포부를 안고 거제를 떠났다고 했다. 타지에서 홀로 진주예고와 계명대 미대를 거쳐 치열하게 창작의 꿈을 키웠다. 소녀가 거제로 다시 돌아온 것은 20대 중반에 들어서였다. 부모님 건강 문제로 고향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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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의 섬으로 불리는 거제지만 그녀에겐 조금 갑갑한 소도시일 뿐이었다. 학원에 취직해 미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작업은 재미있었지만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 특별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늘 마음 한편에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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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멘트가 그녀 안의 무언가를 깨웠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살라.” 무릎을 탁 친다는 표현이 이럴 때 맞을까. 3년 전, 그렇게 그녀는 여행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순간 이후 매일 보던 창 밖의 바다도, 대문 앞의 골목도, 시내로 향하는 도로변도 다르게 보였다.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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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걷던 길을 마치 초행길인 것처럼 걷고, 매일 다니던 도로를 피해서 낯선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낯섦’이라는 렌즈를 장착하자 주변의 모든 것이 달라 보였고, 그녀는 손 안의 렌즈로 그 새로움을 담았다.

    마치 여행자가 다시 못 올 여행지의 구석구석을 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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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칼렛이란 이름으로 카메라를 들다

    일상의 여행자가 되기로 결심한 후 가장 많이 한 일은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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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는 시내처럼 놀 수 있는 문화가 다양하지 않아요. 자연을 즐기는 일이 가장 재미있는 일인데, 사진을 좋아하니깐 자연을 사진으로 담는 놀이를 시작했죠. 여행자가 되니 주변에 찍을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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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매일 거제 곳곳의 풍광들을 렌즈에 담았고, 그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 쑥칼렛이란 닉네임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학원 출퇴근길 1~2시간씩 짬을 내서 여행을 하고 사진을 찍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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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장소라도 날씨나 계절에 따라 매일 달라요. 매일 가는 길이라도 보이는 것이 다르고, 그걸 제 나름의 구도로 렌즈에 담아내는 일이 재미있었죠. 혼자서도 다니고 친구들과 함께 다니기도 했죠. 사실 사진 한 장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사진을 찍으러 떠나는 것부터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기록을 소통하는 것이 목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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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쑥칼렛의 이색적인 거제 사진에 호응했다. 팔로워가 8000명이 넘었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거제의 재발견이라고 하는 이도 있었고, 대신 거제를 여행하는 기분이라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지인들은 그녀에게 거제도 홍보대사냐며 놀리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인근 지역의 청춘들과도 소통하게 됐다. 놀이의 범위도 점점 넓어졌다. 숲속 피크닉부터 해변 파티 개최, 문화마켓 오픈을 기획하기도 했다. 목적이나 대가는 없었다. 여행 중이라 가능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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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하는 일의 모든 중심은 결국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모여서 놀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것을 오픈하는 거죠. 그러면서 작은 섬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일들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기도 하고요.”

    일상이 여행 같은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대체 쑥칼렛은 뭐하는 사람이지? 당시 쑥칼렛의 인스타그램 소개는 ‘사진 찍는 미술 선생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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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는 돈벌이가 되지만

    사진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료 촬영 요청도 잇따랐다. 1년 전부터 스냅촬영 일도 시작했다. 그런데 홍보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기본적인 안내 문구도 없다. 사진을 보고 문의해야 안내를 해주는 다소 도도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문의는 줄을 잇고, 좋은 계절에는 촬영 스케줄을 잡기가 힘들다.

    그녀는 “스냅촬영을 대놓고 홍보하지 않는 이유는 여행을 하듯이 사진을 찍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사진을 의뢰하는 이들의 90%가 타지 사람으로 서울이나 부산에서 찾아와요. 멀리서 고객들이 거제에 오면 제가 알고 있는 예쁜 명소로 찾아가서 사진을 찍습니다. 찾아온 이들에게 사진과 함께 거제를 여행하는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서죠.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래서 유료 스냅은 평일은 안 하고 주말에만 해요. 평일엔 일도 해야 하고 자유롭게 여행도 떠나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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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상업적인 스냅 사진보다 친구들과의 여행 기록이 더 많은 이유다. 그녀는 이러한 여행들을 통틀어 ‘쑥칼렛투어’라고 했다.

    최근에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며 여행에 집중하는 시간을 더 늘렸다. 오전에는 거제와 근교로 여행을 떠나고, 오후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식이다. ‘평일 오전 여행자’라는 말은 여기에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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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 작업하고, 공감받는 창작가를 꿈꾸다

    미대에서 목공예를 전공했고, 10년간 아이들을 가르쳤고, 또 3년간 사진을 찍고 있다. 흔히 말하는 한 분야를 향한 ‘성공의 길’과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행보다. 불안하진 않을까. 그녀는 스스로의 목표치에 맞게 살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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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마다 목적이 다르잖아요. 저에게 좋은 결과치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만족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미래의 쑥칼렛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운 것들 찾아서 재미있게 놀 예정이에요. 저는 제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모두 연결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미술을 공부했고, 미술로 아이들과 소통했고, 또 그 경험이 사진 촬영 연출에 도움이 되고 있거든요. 이게 연결고리가 돼서 미래에는 저만의 작업을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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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숙씨가 자신의 방에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라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것, 그리고 그 일로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은 복이다. 그런 미래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청했다. “제가 안정적이거나 고정적인 수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계적인 부분이 아직 불안하긴 하지만(웃음) 불안만 쫓아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현실을 즐기고 꾸준히 하다 보면 길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도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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