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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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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낙동강변 불법 수상레저업체 행정대집행 현장

장비 미리 다른 데로 옮기고 뒤에선 호객행위까지
인근 주민 “단속 끝나면 다시 영업 재개… 매년 반복된다” 지적
벌금 부과해도 관리인 바꿔가며 영업… 김해시 “처벌 강화돼야”

  • 기사입력 : 2016-07-28 22:00:00
  •   
  • “수상스키 타러 오셨어요?”

    “네.”

    “오늘은 단속 있어서 안 되고 주말에 다시 오세요.”
    메인이미지
    28일 오전 낙동강변에서 보트를 탄 불법수상레저업체 운영자들이 김해시 행정대집행을 무시하고 강 건너 양산쪽으로 달아나자 시 관계자가 허탈해 하고 있다.

    28일 오전 8시 30분 김해시 대동면 덕산리 낙동강변의 한 민박집 앞.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반바지 차림에 웃통을 벗고 선글라스를 낀 한 남성이 기자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 민박집에 ‘캠프’를 차리고 여름 한 철 불법수상레저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 A(38)씨였다. A씨 뒤로 일행 3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장비와 각종 집기류를 강 건너편으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어제 영업을 마친 뒤 대부분을 옮겼고, 일부 남은 장비를 옮기려 바삐 움직이는 듯했다. 한 주민은 “어제 영업 마치고 저녁에 벌써 다 옮겨버리고 남은 것도 없다”며 “행정대집행 끝나고 나면 다시 이쪽으로 옮겨와 내일부터 또 영업하려는 모양이더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이웃주민은 “이렇게 한 철 바짝 수억원을 벌어 간다”고 거들었다. 이들 등 뒤로는 ‘본 지역은 7월 28일 오전 10시에 행정대집행 예정이오니 사유재산을 미리 회수하시어 피해가 없도록 유념하기 바란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오전 10시. 김해시 안전건설교통국 관계자들이 행정대집행을 위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불법접안시설 운영자에게 “거기 서보라”고 소리쳤지만, 그들은 배를 타고 유유히 반대편으로 떠나버렸다. 맞은편 낙동강변으로 물건을 모두 들고 가버려 접안시설엔 가져갈 어떤 것도 없었다.

    행정대집행은 민박집과 맞닿아 있어 접안시설을 설치하기 좋은 강변 주위에 울타리를 치고 구덩이를 파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 고작. 그러나 강변 전체를 울타리로 칠 수 없는 한 어디라도 배를 댈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하나마나한 조치에 지나지 않았다. 이 업체는 행정당국을 비웃듯 행정대집행 명령 전날까지도 영업을 이어왔다. 본격 휴가철에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특수’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용요금은 수상스키 10분 코스에 2만5000원 선.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을 뿐더러 보험도 가입 안 돼 있어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지난해 6월에는 한 불법수상레저업체가 운영한 곳에서 수상스키를 타던 부녀가 낙동강에서 빠져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김해지역에는 현재까지 대동면과 상동면, 생림면에서 4개 업체가 낙동강 상수원특별대책지역에서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벌금을 부과받더라도 영업을 이어나가거나 관리인을 바꿔 다시 영업하고 있다. 행정당국의 계도와 행정대집행이 수년간 연례행사처럼 반복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오전 10시 30분. A씨가 배를 타고 양산에서 다시 김해쪽 육지로 넘어와 관계자와 목소리를 높여 가며 언쟁을 벌였다. “허가를 내주지 않으니까 우리도 이렇게 타고 있는 것 아니냐. 남들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조용히 타고 있다”고 항변했다.

    김해시 국가하천관리 담당자는 “행정대집행은 절차가 여러 단계인 데다가 오늘처럼 물건을 치워버리면 손을 쓸 수가 없어 단속에 한계가 많다”며 “수상레저사업법과 하천법을 고쳐 처벌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 다른 대책은 없는 것 같다. 이 사람들 아주 악질이다”고 털어놨다.

    김해시에 따르면 상동면과 생림면에 있는 다른 불법업체들에 대한 행정대집행은 휴가철이 모두 끝난 8월 말에 예정돼 있다.
     
    글·사진=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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