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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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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마산자유지역 한국산연 노동자들 어디로?

생산부문 폐지… 사라진 일터 찾기 ‘힘겨운 투쟁’
회사측, 희망퇴직·전원 해고 압박속 65명 중 35명 남아 목요일마다 모임

  • 기사입력 : 2016-07-2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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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1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주)한국산연 공장. 지난 5월 휴업에 들어간 이곳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경비원 한 명이 정문을 지키고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간혹 직원 몇몇이 건물 안과 밖을 들락날락했는데 관리직 직원으로 보였다.

    공장 밖 담장에는 ‘노동탄압을 중단하라’는 문구의 현수막 여러 개가 팽팽하게 걸려 있었다. 현수막 밑에는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걸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리본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며 힘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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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주)한국산연 조합원들이 지난 21일 회사 본관 뒤 직원휴게실과 탈의실로 사용하던 곳에서 무더위 속 선풍기 몇 대만 틀어놓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휴업하고부터 들어갈 수 없어요. 예전에는 집처럼 드나들었는데.” 이정희(44·여)씨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말했다. 정희씨는 지난 1994년 한국산연에 입사했다. 품질보증, 출하검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정희씨보다 3살 많은 언니 역시 이곳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했다. 언니는 수년 전 어깨를 다쳐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다. 수십 년간 반복된 작업을 한 탓이었다. “의사 말로는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 않은데 움직이면 아픈 병이라고 하더라구요.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언니는 함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곤 해요.”

    현재 한국산연 소속 생산직 노동자는 35명이다. 지난 2월 사측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생산부문 폐지를 밝히고 최근까지 3회에 걸쳐 희망퇴직이 진행됐다. 65명의 동료는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35명으로 줄었다. 남아있는 이들은 사측의 요구에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수개월째 투쟁을 벌이고 있다.

    “떠난 동료들이 정말 미안하다고 말해요. 어려움을 함께해주지 못해서 말이에요.” 정희씨 곁을 떠난 동료들은 다른 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했거나 그렇지 못한 이들은 일용직 근로자로, 어떤 이는 아직도 구직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며 세월을 보내는 동료도 있다고 한다.

    본관 뒤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건물 2층은 과거에 직원휴게실과 탈의실로 쓰였다. 지금은 한국산연임시노동조합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본래 노동조합 사무실은 본관에 있었지만, 지난해 화재가 발생해 사라졌다. 사측이 조합 사무실을 다시 만들어주지 않자 어쩔 수 없이 휴게실을 조합 사무실로 쓰고 있는 것이다.

    두 초등생 자녀의 아버지인 김희철(39)씨는 2005년 8월 한국산연 식구가 됐다. 설비 오퍼레이터로 일하다 LED조립 라인으로 옮겨 생산직으로 일했다.

    피부가 왜 이렇게 시커멓냐고 묻자 “요즘 선전전을 한다고 밖을 자주 돌아다니다 보니까 까맣게 탔다”고 말했다. 회사가 휴업상태지만 매일 출근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엔 선전전을 하고 수요일에는 부산 동구에 있는 일본 총영사관을 찾아 집회를 한다. 목요일은 동료들과 출근 선전전을 하고 금요일은 다음 주에 있을 투쟁 계획 등을 세운다.

    “사측에서 1차 희망퇴직을 받을 때 아내가 그만두라고 했어요. 고민을 많이 했지만 거절했죠. 2차 희망퇴직 때는 정말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죠. 하지만 버텨냈어요. 3차 희망퇴직 때는 아내도 힘을 내라며 응원해 줬어요”라고 희철씨가 말했다.

    1주일 중 특별한 날이 하루 있다. 목요일 점심, 35명 동료가 모두 모인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목요일이라 한국산연 조합원들이 모두 모여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카레였다. 10여명의 여성 동료들이 주축이 돼 음식을 준비했다.

    “9월 30일 이후에는 모두가 원래 일터로 돌아가서 웃으면서 함께 밥을 먹었으면 좋겠어요”라며 한 직원이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100% 일본자본으로 설립된 한국산연은 지난 2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생산부문을 폐지하고 생산부문 근로자 전원을 오는 9월 30일까지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혔고,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고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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