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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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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2 우리 동네 청춘] 진주 사람을 기록하는 청년들

휴먼스 오브 진주(humance of jinju)팀, 김재희, 김기종, 최현석
평범한 진주사람 이야기 만드는 특별한 창작자들

  • 기사입력 : 2016-07-0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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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에 수상한 남자들이 목격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카메라를 맨 젊은 남자들이 거리를 헤매다 길을 가던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사람들은 대부분 냉담하다. 무시하거나 도망가는 이들도 있다. 남자들은 그런 사람을 붙잡고 휴대폰을 보여주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부탁한 후 사진을 찍고서야 미소를 띠며 사라진다. 땡볕 무더위에도, 칼바람 추위에도 매일같이 거리에 출근도장(?)을 찍는 이들은 ‘휴먼스 오브 진주(humance of jinju·HOJ)’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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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먼스 오브 진주’ 김재희(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디렉터, 김기종 사진가, 최현석 사진가가 작업 공간인 진주시 중안동 HN팩토리 스튜디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휴먼스 오브 진주’는 페이스북 페이지다. 말 그대로 진주 사람이 등장한다. 잡지나 소개채널 같은 건 아니다. 휴먼스오브 팀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페이지로 팀원들이 진주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을 즉석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어서 페이지에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기록된 진주 사람만 총 1200명, 구독자는 1만6000명이 넘는다.

    이 팀의 정체는 뭘까. 회사나 단체는 아니다. 진주 청년들이 모여 자발적이고 순수한 의도로 맺은 프로젝트 팀이라고 한다. 팀에서 활동 중인 디렉터 김재희(41·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홍보팀장), 메인 사진작가 김기종(37·커피숍 운영), 보조 사진작가 최현석(26·대학생) 씨를 만나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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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김기종씨.(커피숍 운영)



    하고 싶어서 만들었다

    생각의 시작은 ‘휴먼스 오브 뉴욕’이었고, 일의 시작은 재희씨와 기종씨의 만남이었다.

    2013년 12월, 지역에서 기획자로 일하던 재희씨는 우연히 기종씨를 만나면서 ‘휴먼스 오브 진주’를 기획했다.



    재희씨는 “2010년 만들어진 페이스북 페이지 ‘휴먼스 오브 뉴욕’을 보면서 인구조사 방법론을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해보고 싶었다”며 “진주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서 지역의 사진가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사진도 잘 찍고 성실한 기종씨를 만나게 됐고 같이 하자고 내가 꼬드겼다”고 말했다.

    커피숍을 운영하던 기종씨는 “취미로 사진을 찍던 시절이었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찍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는데 형의 제안에 무작정 해보기로 결심했다”며 웃었다.

    둘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목표 하나를 세웠다. 꾸준히 매일 하겠다는 것이다. 기종씨는 매일 거리로 카메라를 메고 나가기로 스스로 약속했고, 재희씨도 매일 페이스북 페이지로 소식을 전하겠다고 결심했다. 해외독자를 위해 캐나다에 살고 있는 번역자도 섭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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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렉터 김재희씨.(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홍보팀장)


    매일 그리고 오랫동안

    꾸준함이라는 목표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이들은 매일 진주 거리에서 진주 사람을 찍고 인터뷰 했고, 매일 한 장의 사진과 한 문단의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작가인 기종씨가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가 인물을 섭외하고 10~20분 분량의 인터뷰를 녹음해서 보내면, 디렉터인 재희씨가 이를 편집해서 페이스북에 올리고, 번역자가 영어로 번역하는 방식이었다.

    페이지는 점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3개월이 지나자 1만명이 넘는 구독자가 생겼다. 사람들은 HOJ의 감각적인 사진과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에 호응했다.

    길에서 먼저 알아보는 시민들이 생겨나고, 자신을 인터뷰해달라며 요청해 오는 시민들도 있었다. 타 도시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며 찾아오기도 했다. 4개월의 작업 후 진주시에서 지원을 받아 ‘휴먼스 오브 진주’ 제목의 책도 발간했다.

    그러나 매일 꾸준히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게다가 각자의 생업도 있었다. 매일 새로운 사람을 섭외하러 거리로 나서는 일이 강한 압박감으로 느껴져 도망가고 싶은 날도 있었고, 바쁘고 피곤한 일상에 지쳐서 인터뷰를 편집할 기력이 바닥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쉬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이구동성 “서로가 없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의 존재가 힘이 돼 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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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최현석.(대학생)


    매일 다른 주인공들을 만든다는 것

    HOJ 페이지에는 정말 다양한 진주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린 아이, 노인, 주부, 직장인, 학생, 자영업자, 실직자, 유학생, 가수, 무용수 등 그들의 렌즈가 담아내는 대상은 성별과 직업, 인종을 넘어서 다양하다. 그리고 15년째 시내에서 빵을 굽는 공룡알 아저씨, 진주에서 대학생활을 하다가 전국구로 유명해진 가수, 내일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 기차 여행 중인 대학생들, 실직 후 구직활동 중인 취업준비생, 딸의 하굣길에 처음으로 마중 나온 아빠 등 그들이 가진 이야기들은 한 편 한 편이 드라마자 소설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페이스북에 올라오면, 그 주인공은 물론 HOJ팀, 페이지를 읽는 독자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행복을 느낀다. 나와 비슷하다는 안도감, 또는 생각지 못했던 감동이나 깨달음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HOJ팀은 이러한 교감이 이 일을 이어가는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처음엔 대부분 사람들이 ‘저는 별 이야기가 없어요’라고 이야기해요. 자기한테 일어난 일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저도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얻을 수 없는 교훈을 얻기도 하고, 이걸 계속 해나가야 하는 이유가 생기기도 하죠.” 2년 6개월간 카메라를 들고 사람을 만나 온 기종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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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런 일을 하느냐 묻는다면

    HOJ팀원 개개인에겐 이 프로젝트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유명세를 얻었지만 시간과 돈은 잃었다. 수익이 없는 것은 물론 자비와 개인적인 시간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일을 왜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이들은 “각자 모두 다른 이유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희씨는 “기획자로서 지역 아카이브에 대한 욕심과 사명감 때문”이라고, 기종씨는 “사진가로 내 길을 찾고 싶어서”라고, 현석씨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영감을 얻기 때문”이라고 했다.

    100년 후를 그려 보자. ‘휴먼스 오브 진주’는 21세기 진주를 다방면으로 가장 잘 담고 있는 역사자료가 돼 있을 수도 있고, 기종씨와 현석씨는 거리의 사람을 가장 잘 담아내는 세계적인 사진가가 돼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이들은 이러한 꿈을 담보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재희씨가 인터뷰 중간 강조했다. “사람들이 자꾸 왜 이런 돈도 안되는 일을 하느냐고 묻는데, 제발 그렇게 묻지 말고 어떻게 이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봐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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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에서 충분하다

    HOJ팀이 발간한 책 ‘휴먼스 오브 진주’에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내게는 진주가 세상의 중심이다.’ 내가 살고 있고, 내가 가장 잘 아는 곳에서 내가 잘하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문장이다.

    이들은 HOJ프로젝트 외에도 진주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진주의 숨어있는 보석같은 공간들을 사진으로 구현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디스커버 진주’(구독자 4760명), 유명 아티스트들을 진주로 초대해 라이브 뮤직비디오를 촬영·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오프스테이지 라이브’(구독자 9만2853명)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지역의 창작자들은 이들 셋을 포함해 19명이나 된다. 최근에는 삼성에서 이들의 프로젝트를 주목, 협업으로 갤럭시S7 휴대폰 홍보 영상을 촬영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초 진주를 널리 알리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돈벌이가 아닌 좋아하는 일을 함께 즐겁게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들을 통해 점점 진주가 특별해지고 있다. 물론 그만큼 그들도 특별해지고 있다. 이들의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HOJ 팀의 꿈을 물었다. “최소 30년 동안 휴먼스 오브 진주를 이어가는 것이에요. 30년 후의 진주 사람들, 궁금하지 않으세요?”



    <청블 공식질문> -이 시대 청춘에게 한마디?

    지역에서 무언가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구현해 줄 사람이 없다고 지역의 한계를 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작은 도시, 중소도시에서 뭔가를 하려면 자기가 직접 ?할 줄 알아야 한다.

    휴먼스 오브 진주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HumansofJinju/
    디스커버 진주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DiscoverJinju/
    오프 스테이지 라이브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liveoffstage/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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