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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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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선박건조분야 최연소 대한민국 명장 진윤근 씨

“27년 ‘용접’ 한우물 팠더니 어느새 ‘대한민국 최고’ 됐죠”
돈 벌기 위해 용접기술 배워
고교생 때 각종 대회서 수상

  • 기사입력 : 2016-06-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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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리 돈을 벌기 위해 ‘용접’을 시작했던 산골 소년이 기술인의 최고 영예인 ‘대한민국 명장(名匠)’에 올랐다.

    현대중공업 조선품질경영부에 근무하는 진윤근(45)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3년 9월 대한민국 명장에 이름을 올린 진씨는 현재까지도 선박건조분야의 최연소 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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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건조분야 최연소 대한민국 명장인 진윤근씨가 현대중공업 선박건조 현장에서 웃어보이고 있다.

    ▲가난 탈피 위해 용접 기술자 결심= 선박건조 분야의 최연소 ‘대한민국 명장’ 진윤근씨는 산청군 산골 마을에서 2남 4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자기 땅 한 평도 없는 가난한 농부여서 진씨는 어릴 때부터 가난을 체감했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 앞에 부실한 도시락을 꺼내기 부끄러워 혼자 밥을 먹는 서러움도 겪었다. 가난은 시련이었지만 자신을 더 빨리 성장하게 했다.

    “빨리 돈을 벌어 부모님께 소와 논을 사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돈 버는 방법에 관심을 가졌던 진씨는 한시라도 빨리 돈을 벌기 위해 ‘용접 기술자’의 길을 선택했다.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배관 용접과에 입학한 진씨는 기능 훈련반에서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준비했다.

    2학년 때 경남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장려상(공업 배관 직종)을 수상했고, 3학년 때는 위생배관 직종으로 바꿔 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경남 대표 선수로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장려상을 받았다.

    이어 현대중공업 훈련원 특수 훈련과에 특채돼 국제 기능올림픽 준비에 나섰다.

    ▲“자기 분야의 최고가 돼라”= “1989년 12월 5일, 현대중공업에 입사하던 날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아버지가 송아지를 팔아 마련한 5만원을 손에 쥐여주면서 “무슨 일을 하든지 열심히 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하지만 1년 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국제 기능올림픽의 꿈은 좌절됐다. 모든 것이 힘들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진로에 확신이 없어 방황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고 정주영 창업자의 ‘회고록’이 떠올랐다. 또 부모님이 자주 일러준 “손과 발만 부지런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말도 생각났다. 그날부터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에서 용접을 다시 배운다는 각오로 공부해 ABS(미국선급협회)의 기술 자격인 Q2 용접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생산현장에서 조금씩 모은 돈으로 3년 만기 적금을 들었고, 그 돈으로 제일 먼저 부모님께 논을 사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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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윤근씨가 사내 협력회사 직원들에게 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기능올림픽 좌절 딛고 ‘주경야독’으로 성과= 어느날 회사 홍보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자들만 오를 수 있다는 ‘대한민국 산업 명장’을 소개하는 글을 본 후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 판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준비했다.

    1990년 울산과학대학교 야간대학(기계과)에 입학하면서 ‘주경야독’이 시작됐다.

    낮에 하는 현장 일이 힘들고, 밤에 하는 대학 공부가 어려워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때마다 “무슨 일을 시작하든 된다는 확신 90%와 반드시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 외에는,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은 단 1%도 갖지 않는다”는 창업자의 어록을 되새기며 고비를 넘겼다. 야간대학 졸업 후 최고의 국가 기술 자격증인 ‘용접 기능장’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사내 커플로 만난 아내에게 청혼하면서 “10년 안에 용접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울산대학교 산업대학원에 입학해 용접 금속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았다. 야간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 18년 만인 2008년에 울산대학교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석사 졸업식에서 최우수 논문상도 받았다.

    다음 목표는 현대중공업 생산기술직 가운데 처음으로 ‘기술사’를 취득하는 것이었다.

    매일 일과를 마친 후 4~5시간씩 공부했고, 여름휴가 때는 양산 통도사에 들어가 학업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2012년에 국가기술 최고 자격인 ‘용접 기술사’에도 합격했다.

    27년째 현대중공업에 재직 중인 진씨는 그동안 특허 4건, 실용신안 2건, 중소기업 기술이전 1건 등 총 13건의 지식재산권을 출원했다. 특히 수직 자동용접 공법(EGW) 중 용융(鎔融) 금속의 흘림을 막는 ‘받침쇠(Backing Strip)’를 개발해 용접의 정확도를 높이고 후처리 과정도 단축했다.

    한 분야에서 꾸준한 자기계발과 노력, 열정을 바친 진씨는 마침내 2013년 9월에 가장 젊은 ‘대한민국 명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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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윤근씨가 울산시교육청 주관 행사에서 학생들의 진로를 상담하고 있다.


    ▲헌신적인 봉사와 재능기부에 앞장=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노하우를 전수하고, 노력과 열정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주고 싶습니다.”

    진씨는 현재 진로 직업 전문위원, 중소기업 기술지도 위원, 산업현장 교수, 국가기술자격 검증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매년 3000명 이상의 중학생을 위한 ‘진로 직업 특강’, 지역 중학교 명예교사, 특성화 및 마이스터 고교 멘토 등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016년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 콘서트’에서 특별 강의도 했다.

    이 자리서 진씨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달인 DNA’를 갖고 있다. 노력한다면 대한민국 최고 숙련기술인이 될 수 있다. 꼭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확신, 노력과 열정, 직장보다는 직업을 선택하는 자세 등을 갖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2008년부터 지역 특성화 고교와 중소기업 등에서 지도교사로 봉사하며, 용접기술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2014년에는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로 위촉돼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나를 롤 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간접 경험을 전달할 계획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학문적, 이론적 지식들을 좀 더 체계화해 완성도 높은 기술서적도 한 권 내고 싶습니다.”

    진씨는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성공을 위한 ‘1만 시간 법칙’을 강조하고 있다”며 “1만 시간 동안 한 분야를 공부한다면 누구나 최고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광하 기자 jik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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