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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경남도립미술관 아트마켓

미술관 나온 예술가들 “톡톡 튀는 개성을 팝니다”

  • 기사입력 : 2016-06-1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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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일 오전 11시. 경남도립미술관 입구에 안내판이 섰다. ‘미술관 앞 아트마켓-누구나 CEO’. 미술관 앞 너른 마당에 하얀색 천막이 서로 마주보고 길게 늘어섰고 안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들여다보니 마켓인데 판매자가 독특하다.
     
    판화, 회화를 내놓은 사람부터 초상화를 그려 주고 인생샷 찍어준다는 사람까지. 특별한 판매자들이 가득했던 ’아트마켓’ 현장을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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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제1회 미술관 앞 아트마켓’을 찾은 시민들이 행사 부스의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미술관 앞 아트마켓’을 소개합니다

    ‘미술관 앞 아트마켓’은 경남도립미술관이 미술관 활성화와 대중화를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다.

    도립미술관 정종효 학예팀장은 “미술관 앞 공간이 상당히 넓다. 이 공간을 좀 더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왔다”며 “아트마켓으로 도민들이 미술관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번 도립미술관 아트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아트’라는 이름처럼 미술적 색채가 짙어졌다는 것이다. 창원에는 이미 시민 누구나 참여해 물품을 사고 팔수 있는 장터 ‘길마켓’과 용호동 가로수길 인근 공방이 참여해 각종 소품을 판매하는 ‘가로수 프리마켓’이 있다.

    이런 기존 마켓과는 달리 아트마켓은 판매자로 작가들이 나서 자신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목공예가가 만든 도마, 도예가가 만든 커피잔 등 기존 프리마켓에는 볼 수 없었던 하나뿐인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들이 전문 전시공간을 벗어나 대중적이고 친근한 장소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아트마켓에는 지역 신진작가뿐만 아니라 수차례의 개인전, 단체전 경험이 있는 중견작가들도 참여했다.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만 전시하던 작가들이 길위로 나왔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트마켓은 지난 11일 첫 개장을 시작으로 올해 12월까지 매월 둘째주 토요일(오전 11시~오후 7시)에 열리며 행사 당일은 미술관을 무료 개방한다. 아트마켓 참여자를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끌어들여 더 많은 사람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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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식 판화가의 판화작품


    ◆어떤 판매자들 왔나

    이번 아트마켓에는 총 32팀이 참여했다. 대부분 경남지역 작가 또는 업체였고 부산, 서울 등 다른 지역 참여자도 있었다.

    지역 청년 작가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창원대 대학원 출신 5명으로 구성된 공예공방 ‘스튜디오 204’는 목공예, 금속공예 생활용품을 내놨다. 목공예품은 나무 도마·접시·향초 케이스, 금속공예품은 은으로 만든 목걸이·귀걸이·반지 등이 전시됐다. 창원 사파동에 ‘잡업실’을 운영하는 작가들도 부스를 꾸렸다. ‘잡업실’은 창원지역 청년작가 4명의 공동작업 공간. 창원아시아미술제에 최연소 기획자로 참여했던 장건율 작가는 ‘사람그림 만원’이란 팻말을 걸고 초상화를 그렸고 사진 전문 호조 스튜디오는 3000원에 즉석 사진 촬영·인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장참미 작가는 그간 출판했던 ‘월간월간’과 사진 엽서를, 공예품·생활용품을 만드는 송송이 작가는 꽃모양 도자 문진과 도자 마그네틱 등을 판매했다.

    중견작가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분청사기, 백자로 유명한 송광옥 도예가는 커피잔, 다기 등 생활자기를, 정원식 판화가는 10호 내외 판화 소품을 전시했다. 소품이어도 여러 번이 아닌 단 한 번만 찍은 작품이 주를 이뤘다. 김외칠 조각가는 ‘커피 멧돌’을 선보였다. 산이나 강에서 채취한 자연석으로 만든 멧돌에 커피 원두 분쇄기능을 추가한 커피 멧돌은 이날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김 작가는 직접 멧돌로 원두를 갈아서 내린 커피를 관람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 밖에 부산 신라대학교 미술학과의 취업동아리 학생 20명이 참여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즉석에서 캐리커처를 그려 줬고, 작가는 아니지만 공방이나 작업실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가죽제품, 장신구를 전시한 이들도 있었다.

    맞춤 양복점 ‘FOTTON GARMENT’, 카페 ‘viva’, 도자 공방 ‘마마스핸즈’, 꽃가게 ‘Van하다’, 향수·향초 전문점 ‘Dan하나’ 등 지역 업체들도 참여해 기존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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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소명 작가의 도자문진.


    ◆마켓 더욱 풍성하게 한 부대행사

    복합문화공간인 ‘스페이스펀’은 이번 아트마켓에서 ‘나의 도시 재발견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을 진행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미술관 안과 밖을 넘나들며 단계별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이다.

    스페이스펀 정은경 대표는 “이번 행사가 공간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인 만큼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사람들이 온전히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미술관 안에 도서관이 따로 있는데 대부분 잘 모른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라고 알게 되면 미술관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음악과 무용공연이 더해졌다. 오후 3시 키클밴드의 공연을 시작으로 4시에는 양구브라더스, 5시에는 훈댄스컴퍼니가 현대무용을 선보여 행사장을 더 풍성하게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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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외칠 조각가의 ‘커피 멧돌’


    ◆만족스런 첫 시도, 과제도 남겨

    이번 아트마켓은 도립미술관 추산 총 650만원 상당의 판매고를 올렸다. 각 부스별 판매액은 최저 10만원부터 최고 80만원선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프리마켓과 비교하면 상당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인기가 많았던 품목은 회화, 판화 등 미술품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생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었음에도 ‘완판’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해 미술품에 대한 도민들의 높은 수요를 보여줬다.

    참여한 판매자들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장참미 작가는 “함께 참여한 ‘잡업실’ 작가들이 대부분 만족스러워 했다”며 “판매 실적도 괜찮았고 자신의 작업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식 판화가는 “아트마켓 참여는 처음인데 분위기가 좋았다. 앞으로도 참여해서 작품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박미진(36)씨는 “평소에 못보던 다양한 상품을 구경할 수 있어 좋다. 그림에 관심이 가고 아이들을 위한 캐리커처 행사가 마음에 든다”며 “다음 번에도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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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옥 도예가의 커피잔 등 생활자기.


    첫 시도인 만큼 부족한 점도 있었다. 우선 홍보가 저조했다. 방문객이 적지 않았지만 행사를 알고 찾아온 경우는 드물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김혜정(33)씨는 “모르고 우연히 지나가다가 들렀다. 좋은 행사인데 많이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트마켓’의 정체성 확립도 과제로 남았다. 송광옥 도예가는 “작가들의 참여가 생각보다 적어 아쉬웠다. 작가들 비중이 높아져야 프리마켓이 아닌 아트마켓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갤러리보다 대중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작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종효 학예팀장은 “작가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참여 분야의 다양성과 상품의 퀄리티를 모두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아트마켓의 성과가 좋아 일부 작가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사림동 일대 작업실이 있는 작가들과 협의해 참여를 독려하고, 작업실 개방도 추진해 더 큰 행사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김세정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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