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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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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2 우리 동네 청춘] 통영 동피랑 스타, 울라봉 카페 사장 안지영 씨

[청춘블루스2- 우리 동네 청춘 1편]
쌍욕라떼로 동피랑을 재미있게 만들다

  • 기사입력 : 2016-06-09 14: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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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이름을 묻는다. 나이와 직업, 가족관계 등 꽤 사적인 질문도 던진다. 커피를 주문하는 중이다.

    잠시 후 나를 위한 맞춤형 커피를 내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잔을 받아든다.

    카페라테의 부드러운 우유 거품 위 짧은 욕지거리, '취재 핑계로 X나 귀찮게 하는 년'.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재미있고 통쾌하고 한편 서늘하다. 늘 듣던 말이다. 좀 더 절제되고 격식을 갖춘 표현이었을 뿐. 그래서 더 웃을 수밖에 없다. 반박할 수 없는 착잡한 내 현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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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거침없는 '사이다' 같은 욕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은 통영 동피랑에 위치한 울라봉 카페다. 쌍욕라떼로 유명세를 탄 이곳은 청춘 여행객들에게 '통영 여행의 성지'로도 불린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쌍욕을 먹기 위해 1~2시간쯤은 기꺼이 기다리고, 쌍욕을 먹고서도 선물처럼 기뻐하며 인증 사진을 찍고 자랑을 한다.

    동피랑 한쪽, 제대로 된 간판 하나 없는 작은 카페에서 작은 커피 한 잔으로 매일 수백명을 줄 세우는 바리스타, 그러면서 카페 입구에 '시간에 쫓기거나 스케줄이 바쁘신 분은 다음에 한가할 때 오세요!'라며 배짱 있는 문구를 적는 사장, 동피랑의 인기스타인 청춘 안지영(37) 씨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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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동피랑 울라봉 까페 내부.
     
    ▲울라봉 카페는 뭐하는 곳인가?

    -음료와 추억을 파는 곳이다. 2011년 봄 통영 동피랑에서 작은 봉고차 노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울라봉을 시작했다. 당시 봉고차 이름을 '우리 아가 봉고'를 줄인 '울라봉'으로 지었다. 여러 사정으로 노점을 접고, 이 건물(동피랑 입구에 위치한 건물)에서 같은 이름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음료를 팔지만 쌍욕라떼를 먹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제일 많다. 쌍욕라떼를 먹기 위해 왜 이렇게 많이 찾는 지 5년간 나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왜 라떼에 욕을 적나?

    -난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 가게를 시작하면서 우리 가게에서 뭔가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여러가지 시도하다가 욕을 적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 왔다. 욕이라고 해서 그냥 상스러운 말을 적어주는 목적이 아니다. 손님과의 소통을 통해 그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사연을 재미있게(욕 형태로) 적어준다. 욕은 매개체일 뿐 목적은 소통과 웃음,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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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욕라떼 인기 비결은?

    -울라봉의 쌍욕라떼에는 철칙이 있다. 주문을 받으면서 손님을 인터뷰한다. 이를 통해 그사람 만의 특징을 욕으로 적는데, 그것이 본인 이야기라서 공감하고 좋아해 주는 것 같다. 또? 테이크아웃도 하지 않는데, 자리에 앉아 라떼를 마시면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가게도 작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욕 수위가 약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수위가 세고 웃긴 욕이라도 내 이야기가 아니면 재미없다. 그냥 쌍욕이 아닌 맞춤형 욕을 해줘서 재미있어 해주는 것 같다. (울라봉에서는 아이 동반 일행, 임산부, 미성년자에겐 욕을 적어주지 않는다. 대신 '착한말 라떼'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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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의 고통(?)이 느껴지는 지영씨의 작품들.

    ▲쌍욕라떼로 인한 고충은 없나? (그는 '개보다 못한 놈', '메주같은 년', '헤어질 년/놈' 등의 욕을 기본으로 적는다.)

    -아직 쌍욕라떼의 욕 때문에 화 내는 사람은 없었다. 세월호 참사 때는 6개월간 쌍욕라떼를 팔지 않았는데, 안 판다고 또 욕을 엄청 들었다. 고충이라면 매일 다른 사람 100~200명에게 각기 다른 욕을 적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매 순간 그 사람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쌍욕라떼를 만든다. 나름 창작의 고통이 있는 직업이다.(웃음)

    그래서 2013년 쌍욕라떼를 특허청에 지적재산권으로 등록했다. 인근 동네에 쌍욕라떼와 비슷한 메뉴를 비매너적(성적 비하 멘트)으로 판매해서 우리 카페에도 피해를 입고 있다. 욕이라고 해도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범위에서 적어야 하는데, 단순히 재미로 생각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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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맞은편 벽에 지영씨가 직접 그린 ET그림. 제목은 '잊지마'. /울라봉 인스타그램 페이지 캡쳐./

    ▲왜 동피랑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됐나?

    -고향이 통영이다. 대학 졸업 후 20대를 서울에서 보내다 30대 초반에 통영에 내려왔다. 당시 소위 말하는 청년 백수였는데, 우연히 찾은 동피랑에서 희망을 봤다. 어린시절 내가 살던 가난한 동네, 동피랑이 아니었다. 너무 예뻤고 방문객도 많았다.

    이후 매일 동피랑에 올라와서 방문객 숫자를 조사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서 울라봉을 시작하게 됐다. 동피랑의 예쁜 풍경이 되고 싶었다. 처음 노점을 시작할 때 중고 봉고차를 170만원 주고 샀는데, 도색비만 200만원 썼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지만 동피랑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장사를 하고 싶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같다. 울라봉은 동피랑이 좋아서 시작했고, 계속 동피랑과 함께 할 것이다. (동피랑을 사랑하는 그는 동피랑 벽화그리기 대회에서 2회 연속 참가해 대상을 타기도 했다. 카페 맞은편 벽에 그려진 ET그림도 그의 작품이라고 한다.제목은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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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동피랑 울라봉 까페 내부.

    ▲손님들이 이렇게 많으니, 돈도 많이 벌었을 것 같다.

    -오해를 많이 한다.(웃음) 알다시피 테이크아웃을 하지 않고, 또 모든 커피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커피 판매 수가 한정돼 있어서 큰 돈을 벌지 못했다. 카페도 지금처럼 좁은 게 좋다.(테이블 ?개가 전부다.) 손님들과 일일히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해야 재미가 있다. 부자가 돼진 못했지만, 일을 하면서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최근 관심사는?

    -통영에서 더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도 통영이 좋았지만,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 지 방법을 잘 몰랐다. 장사를 하면서 지역의 활동가들을 알게 됐고, 통영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울라봉 뿐만 아니라 통영 전체가 즐거움을 주는 곳이면 좋겠다. 통영만의 색깔이 있는 작업을 하고 싶은데, 몸이 한 개라서 한계가 있다.

    그래도 지난해에는 지역의 젊은 사장님들과 여행객들 함께 떠나는 소풍 '봄날 금방 간다' 진행해 봤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싶다. 나보다 똑똑한 기획자가 필요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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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라봉의 미래는?

    -울라봉에서는 통영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눈을 넘어선 마음 속의 힐링이 되는 통영을 만들고 싶다. 누구나 마음은 청춘이다. 청춘다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강연도 준비 중이다. 카페 내부에 운영 중인 편집샵도 통영스럽게 더 꾸밀 계획이다. 더 멀게는 통영에만 있는 리조트를 꿈꾼다. 청춘, 희망, 재미 그리고 통영이 꿈틀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청춘블루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통영을 찾는 여행객이 많은데, 통영에는 자연환경이나 먹거리 외에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젊은 친구들이 구석구석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통영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셀프 쌍욕라떼 한 잔을 만든다면 뭐라고 적겠나?

    -하하. 진짜 어렵다. 열심히 살라는 의미에서 '똑바로 살아라~ 이 새끼야~'라고 적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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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동피랑 울라봉 까페 사장 안지영씨가 '쌍욕라떼'를 내오고 있다. /성승건 기자/


    <청춘블루스 공식질문>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한마디?
    -자기 일을 하고 싶은 청춘에게 말하고 싶다. 무조건 되지만, 무작정은 안된다. 무작정 덤비는 열정은 청춘의 힘이다. 나이가 들면 그 힘이 없어진다. 그러나 연구와 고민이 꼭 동반돼야 한다. 열정의 에너지만큼 고민하고 도전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길은 열려 있다고 믿는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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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블루스Ⅱ를 시작하면서>

    '인서울'이 아니라서 더 특별한 청춘들이 있다. 지역 구석구석에서 꿈과 끼를 펼치며 도전하는 소도시의 청춘들이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청춘블루스 시즌Ⅱ'에서는 경남에서 새로운 문화를 일궈 가고 있는 보석 같은 청춘들을 만나려 한다. 타이틀은 '우리 동네 청춘' 이다.

    지역에서 청년들이 반짝이며 살아가는 법, 그리고 그들의 시선으로 본 지역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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