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선택과 집중, 그리고 균형의 공존- 김해두(재료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16-05-16 07:00:00
  •   
  • 메인이미지

    주부들 사이에서 유명한 ‘락앤락’이라는 밀폐용기 제조업체가 있다. 초기의 락앤락은 600여 종에 달하는 각종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였지만 너무 많은 상품으로 인해 관리가 힘들고 매출이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IMF 경제위기를 맞아 회사는 여러 종류의 제품 중 전 세계에 판매가 용이하고 회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밀폐용기 하나에 집중하기로 결정한다. 회사는 대부분의 자원과 역량을 신제품 개발에 투자했고 오랜 연구 끝에 뚜껑에 날개를 달아 내용물을 완전히 밀폐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었다. 이 제품은 전 세계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출시 후 5년 동안 매해 200%의 매출성장과 함께 2013년에는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중소기업 신화를 이뤄냈다.

    이는 20대 80이라는 파레토 법칙의 선택과 집중을 잘 활용한 사례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가 제시한 이 이론은 20% 소수 항목들의 가치가 나머지 80% 다수 항목들의 가치보다 월등히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분석한 것이다. 기업경영에서는 이러한 법칙을 통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 정책은 기업과 달리 이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은 20%를 선택하고 80%를 포기할 수 있지만, 정부 정책은 사안에 따라 나머지 80% 또한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대상이 지역의 이해관계나 미래가치와 연관돼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정부가 27개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대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도입해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미래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산업을 시·도별로 2개씩 자율 선정해 규제프리존을 지정하는 내용은 ‘선택’과 ‘집중’에 속하지만, 지역 맞춤형 특화발전 전략을 통해 지역거점을 육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내용은 ‘균형’ 발전의 방향과 부합한다. 결국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지역으로 하여금 미래먹거리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통해 지역 주도의 자생적·지속적 발전기반을 구축하게 만드는 정부의 지역경제 회생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지역전략산업 선정 결과, 경남은 로봇비즈니스 벨트 조성 등 지능형기계산업 육성과 함께 사천·진주지역의 항공국가산업단지 조성 노력 등을 인정받아 ‘지능형 기계’와 ‘항공 산업’ 분야를 선정받았다. 이 중 항공산업 분야는 시장 확대를 위한 소재·부품 기술개발 지원과 함께 R&D 규모 확대 등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재료연구소는 설립 초기부터 항공 산업에 필요한 소재·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KF-X(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과 관련해 필요한 핵심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는 등 그동안 선진국에 의존해 온 항공구조용 소재·부품 제조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부의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이와 같은 행로에 든든한 지원이 됨은 물론 침체된 경남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재료연구소 역시 이러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 동참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혜안이 완성되기를 기대해본다.

    김해두 (재료연구소 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