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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춘야희우(春夜喜雨) - 봄밤에 비를 좋아하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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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비가 자주 내린다. 비는 과학적으로 보면, 지상의 수분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있다가 기온이 낮아지면 응켜서 지상으로 내리는 물방울이다.

    어떤 생명체든 물 없이 못 사니, 비는 중요하다. 아무리 산업이 발달해도 사람을 먹여살리는 것은 농업이고, 농업에는 물이 없어서는 안 되고, 물을 고갈되지 않게 해 주는 것이 비다.

    환경론자들은 ‘자연 그대로 두자’라고 주장하지만, 자연 그대로 두고서는 이렇게 불어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다. 옛날에는 가뭄 홍수 때문에 살기가 어려웠는데, 여름 농작물은 10일만 비가 안 와도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다. 매년 홍수와 가뭄이 반복됐는데, 1960년 후반부터 댐을 건설하고 전천후 수리시설을 하는 바람에 가뭄과 홍수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생활용수만 해도 30년 전에 비해서 지금은 한 사람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 200배라고 한다. 유엔 기상관계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이미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1200㎜ 이상의 강수량을 가진 나라이니, 빗물을 잘 관리하면 물 부족 국가를 벗어날 수 있다.

    비에 관한 명칭도 다양하다. 계절에 따라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로 나눈다. 양에 따라 가랑비, 보슬비, 부슬비, 이슬비, 안개비, 장대비, 와달비(갑자기 많이 내려 곡식을 망가뜨리는 비)가 있다.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단비, 궂은 비, 약비, 꿀비가 있다. 추운 겨울에 내리면 찬비, 밤에 내리면 밤비, 밤에 사람 모르게 살짝 내리고 그치면 도둑비, 황사 같은 먼지를 많이 머금으면 흙비가 된다. 하늘 한쪽에서는 햇빛이 나 있을 때 내리는 비를 여우비, 바람을 동반하면 바람비, 모내기할 때 내리면 못비 등 명칭도 다양하다.

    한자로 된 비에 관한 단어도 호우(好雨), 고우(苦雨), 희우(喜雨), 폭우(暴雨) 등 다양하다. 천지만물은 음양(陰陽)의 조화로 이뤄져 있다. 천지(天地), 일월(日月), 주야(晝夜), 음청(陰晴), 남녀(男女) 등 모두가 음양의 대대적(對待的) 구조로 되어 있다. 대립적이 아니고 대대적 구조이다. 서로가 같지 않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양은 대체로 내놓는 것이고, 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늘에서 빛과 열과 비를 내놓아도 땅이 받아 주지 않으면 하늘의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남자만 있어서도 안 되고, 또 여자만 있어서도 안 된다.

    비가 올 때와 맑은 때의 감정이 다르다. 비가 오면 생각이 안으로 모여들고, 맑으면 생각이 밖으로 발산된다. 비가 오면 자연히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비에 관한 시나 노래가 많다. 여름이나 겨울보다도 봄비나 가을비에 관한 것이 더 많다. 봄 밤에 비오는 소리를 들으며 비에 관한 시를 읽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春 : 봄 춘. 夜 : 밤 야.

    *喜 : 기쁠 희. *雨 : 비 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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