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도지사와 강태룡 경남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근 경남도청에서 열린 행사에서 경남도의 ‘채무제로(0)’와 관련된 언급을 하면서 불편한 장면을 연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지사, 강 회장 “예산 풀자” 발언에 발끈= 홍 지사는 지난 21일 도청에서 열린 노·사·민·정협의회에서 강태룡 경남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예산을 풀자”는 발언에 발끈해 회의를 중간에 끊고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이날 ‘중소기업 지원’ 안건과 관련, “기술력이 핵심이다. 경남경총이 기업과 기능보유자, 장인 간 터미널 역할을 하겠다. 방금 지사도 다음 달이면 (경남도가) 빚을 다 갚는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빚 갚는데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이제 좀 풀어서…”라고 말했다.
이에 홍 지사는 “잠깐만요, 그거 잘못 알고 계신 거다. 도가 사업 안 하고 필요한데 돈 안 쓰고 빚 갚은 거 아니다. 전부 다 행정개혁 재정개혁해서 갚은 것이다. 마치 할 일 안 하고 쥐어짜서 빚 갚은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 아니다”고 반박했다.
홍 지사는 이어 “회의를 마치겠다”고 선언하고 퇴장했다. 또 참석자들과 함께 예정됐던 기념촬영에도 빠졌다.
◆양측 발언 왜 나왔나= 이날 양측의 발언을 보면 경남도가 그동안 추진한 ‘채무제로’에 대한 경남도와 외부의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 (도가) 빚을 갚는데 허리띠를 졸라 맺는데, 이제 (예산을) 좀 풀어서…(중소기업 기술 지원하는데 도와달라)”라고 말했다.
경총 회장으로서 건의할 수 있는 이야기다. 앞서 최충경 창원상의 회장도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확대를 위해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취지로 도에 요청했다. 두 사람의 발언 차이는 경남도의 ‘채무제로’를 언급했느냐 안 했느냐 정도다.
그럼에도 홍 지사가 강 회장의 발언에 발끈한 이유는 경남도의 ‘채무제로’에 대한 일각의 오해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경남도의원들도 본회의에서 강 회장과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들은 도의 ‘채무제로’ 정책 때문에 지역구에 해야 할 사업을 못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 때마다 홍 지사는 강하게 반박했다.
홍 지사는 “할 일 다 하면서 했다. 다른 시·도처럼 땅 팔고 건물 팔고 해서 빚 갚은 것 아니다. 행정개혁·재정개혁을 통해 빚 갚았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다음 달이면 경남도 채무가 제로가 된다.
도는 그동안 빚을 갚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빚을 줄여 생긴 가용예산 2000억원을 어떻게 사용할지 밝힐 예정이다. 또한 빚을 갚으면서도 도가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