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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창원 오피스텔 성매매 현장 단속 동행취재기

  • 기사입력 : 2016-03-23 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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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을 똑똑똑! 똑똑똑! 두 번 노크하세요. 00아, 손님 올라간다.”

    3월 22일 오후 6시께 창원시 성산구 00동 00오피스텔 주차장. 어둠이 아직 내려앉기도 전에 작전은 시작됐다.

    업주들이 개설한 유흥업소 홍보사이트를 찾아내 접근한 후 그들이 요구하는 1차 인증을 통과하고 오늘 이 작전을 위해 여러 날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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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성매수를 원한다는 예약 전화하고, 현장을 찾았다. 철두철미한 이들은 성매수남의 신분을 입증할 만한 명함 또는 사원증을 요구한다.

    심지어 사진까지 찍어보내라고 지시하고 따르지 않거나 미심쩍으면 연락을 끊어버린다. 다행히도 이번엔 1차 인증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성매수남으로 위장한 경찰은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알선책 A(36)씨를 만나 자신의 휴대폰 속 통화목록, 문자메시지 등을 보여주며 재차 인증을 받고 여성이 있는 방을 안내받았다. 방 호수를 알아낸 후 알선책 A씨는 잠복해있던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시키는대로 문을 두드리자 원피스 차림의 20대 여성이 문을 열어줬다. 콘돔 등 증거를 확보하고, 단속을 나온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히자 여성은 “옷을 갈아입고 나오겠다”고 얘기했다.

    겉으로 보기엔 도시인들이 사는 평범한 도심 속 오피스텔이지만 내부는 여느 집과 달랐다. 46㎡ 남짓한 공간에 방과 주방, 화장실이 딸린 집안, 침대에는 얇은 시트와 수건이 깔려 있고 그 옆 선반에는 화장지와 물티슈, 한켠의 화장대 위에는 여성용 화장품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창문은 모두 은박지로 막아 빛이 새어 들어올 틈이 없다. 화장실 안 선반 위에는 쓰지 않은 1회용 칫솔이, 그 아래 쓰레기통 속에는 사용된 칫솔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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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장의 수건이 널린 빨래 건조대가 서 있는 거실 겸 주방의 원탁테이블 위에는 뜯지 않은 콘돔 10여개와 담배, 라이터 그리고 현금 13만원이 얹혀있었다.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창문 앞에서 등을 보이고 앉아 꼼짝하지 않던 오피스텔女 B(27)씨는 성매매 미수 혐의로 현장에서 붙잡혀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로 가는 중 차창 밖만 바라보던 B씨는 ‘왜 정당하게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이 일을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죄송하다. 먹고 살기 힘들어 몇 달 전부터 시작한 일이다”고 답했다.

    B씨는 “자발적으로 시작했고, 업주와의 강제적 계약관계는 없었다. 요즘은 그나마 경기가 나빠 손님도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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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일명 ‘오피스텔 성매매’가 창원과 김해 등 경남에서도 생겨나고 있어 경찰이 집중단속에 나섰다.

    창원중부경찰서는 22일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알선책 A(36)씨와 여성 B(27)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해당 오피스텔에 방 5개를 임대한 후 여성종업원 2명을 고용해 성매매 알선책을 해왔다. A씨는 다른 성매매업자 밑에서 일을 하다 돈을 벌 수 있겠다는 기대로 최근 직접 운영에 나섰다.

    경찰 단속을 피해 성매매가 음성화되면서 업주들은 폐쇄적인 접근경로를 통해 홍보를 하고, 까다로운 인증절차까지 요구하고 있어 경찰이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업주들은 해외에 서버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홍보사이트를 개설해 회원을 모집하고 1~2일에 한 번씩 도메인 주소를 바꾸고, 바뀐 주소를 문자메시지나 SNS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창원중부서 박계균 생활안전과장은 “성매매 단속은 현장을 잡아야 가능한데, 오피스텔 성매매 특성상 현장 적발이 매우 어렵고, 범행 입증도 쉽지 않아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현금거래를 하는 탓에 성매수남에 대한 수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단속을 한 번하고 나면, 성매매는 더욱 음성화되어 단속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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