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22) 낡은 슬레이트 집에서 여섯가족 살고 있는 상구네
“아버지·할아버지 건강해지는 게 소원이죠”아버지 신장 망가져 투석치료할아버지는 난치성 질환 앓아
- 기사입력 : 2016-03-1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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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레이트 지붕에 플라스틱 처마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낡은 집이다.
삐걱거리는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방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기장판에 의지한 추운 방이 나온다. 방은 2개지만 성인 2명이 누우면 꽉 차는 공간이다.
퍼렇고도 검은 곰팡이가 피어 부엌 천장은 내려앉았고, 방안의 벽지는 습기 때문에 울룩불룩했다. 집 자체가 오래되다 보니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큰 상황이다.
이 좁은 집에 상구(18·가명)를 포함해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 삼촌, 여동생 등 가족 6명이 살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상구는 누울 자리도 부족한 가정환경이 부끄럽고 답답할 법도 하지만 자신보다 가족들의 건강을 더 걱정했다.
의령군 사례관리사가 상구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장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일을 해왔지만 최근 병원에서 신장이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온몸이 노랗게 돼 혈액투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계유지가 어렵다 보니 병원비에 대한 부담이 아버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여동생은 현재 입원한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상구의 엄마는 여동생이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가버렸다. 때문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상구와 여동생을 실질적으로 양육해왔다.
가장의 역할은 상구의 할아버지가 맡았다. 할아버지는 여러 곳을 전전하며 일을 해왔고, 얼마 전까지 아파트 경비원으로 돈을 벌었지만 ‘버거스병’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해고를 당했다. 수술을 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희귀난치성 질환이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주는 실업급여로 생활비를 마련하지만 인근에 일자리를 구할 곳이 없다 보니 할아버지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조건인 면접을 보기도 쉽지 않아 걱정이다.
상구 할아버지는 “매달 마산고용지원센터에 가기 위해 의령에서 마산까지 가는 것보다 의령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는 게 더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의 노고를 알기에 할머니도 허리가 아프지만 식당에서 일을 하며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할머니 역시 운영이 어려워진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아버지가 많이 아픈 상황에서 돈을 벌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자리를 잃으면서 상구네는 현재 의령군으로부터 긴급복지지원비를 받고 있다.
인문반으로 진학한 상구는 집안의 사정을 알기에 학용품을 아껴 쓰고, 용돈도 많이 달라고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빨리 학교를 졸업해서 집안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과 함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병이 호전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의령군 주민생활지원실 정순화 통합사례관리사는 “상구네 가정은 여러 어려움이 혼재돼 있다”면서 “상구 남매가 가족을 더 이상 잃지 않고, 조금 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정민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난달 3일자 현신이네 후원액 430만1950원(특별후원 BNK 경남은행 300만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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