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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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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 방교유례(邦交有禮)- 나라 사이의 외교에는 예의가 있어야 한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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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23일 주한중국대사 추국홍(鄒國洪)씨가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주한 미군의 사드(고고도 방어미사일 체계)를 배치하는 일을 두고 무시무시한 협박을 했다.

    중국대사는 “사드를 배치하기만 하면 한중 관계는 바로 파탄된다”, “사드 배치로 과연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 요지는, “한국이 미국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동북아 긴장을 조성해서 되겠느냐?”는 뜻이다. 또 “중국이 단번에 폭격해 사드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군사상의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는 외교 전례상 무례함의 극치다. 한국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이런 발언을 남의 나라 서울 한복판에서 할 수 있었던가? 이는 주권침해를 넘어 내정간섭이다.

    청와대는 그다음 날 반박성명을 냈다. 외교부 등에서는 한참 뒤에 중국대사를 불러 경고를 했다.

    만약 주중한국대사가 북경(北京) 한복판에서 중국의 군대 배치나 무기 증강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면, 중국 정부에서 당장 추방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 국민들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중국이 백두산에 중거리탄도미사일기지를 설치했다. 한반도 전역은 물론이고 일본과 일본 남쪽 바다까지도 타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부터 군 수뇌부까지 단 한 사람도 언급한 적이 없다. 언론도 조용하다. 그 많은 논객들, 각종 단체에서도 아무 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 중국은 계속 왈가왈부하고 있다. 중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중국대사를 추방해야 한다. 국민들은 중국대사관에 몰려가서 공개적인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미국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과격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중국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일 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을 막아주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일까?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벌려 놓아 장차 한반도로부터 미군의 철수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결국 아시아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어,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잡는 데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된다.

    한국 내에서 자주를 외치는 사람들이 중국의 의도대로 미군철수를 주장하면 국론이 분열된다. 국론이 분열되면, 중국은 더욱더 무슨 일이든지 자기들 멋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외교적 망언을 하는 것은 외교관으로서 무례함을 범하는 것이지만, 그런 망언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 것은 우리나라다. 이번에 대충 넘어가지 말고,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따끔하게 조처를 취해야 한다.

    * 邦 : 나라 방. * 交 : 사귈 교.

    * 有 : 있을 유. * 禮 : 예의 예.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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