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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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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 투현질능(妬賢嫉能)- 어진 이를 시기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미워하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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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능력을 갖춘 어진 인물이 있으면 반드시 간악한 소인이 있어 그를 시기하고 질투해 모함한다. 우선은 간악한 소인이 승진해 자기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어진 인물을 시기, 모함하지만, 결국 그 나라나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양귀비(楊貴妃)와 사랑에 빠져 당(唐)나라를 기울게 한 현종(玄宗) 밑에서 17년 동안 정승을 지낸 이임보(李林甫)라는 간신이 있었다. 그가 토번족(吐蕃族) 출신의 무장 안록산(安祿山)을 적극 지지한 바람에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켜 당나라가 그때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그 이임보 이전까지는 조정의 문신들이 지방의 절도사(節度使:지역사령관)로 나가 공을 세우고 조정으로 들어오면 정승의 반열에 오르게 해 국방을 아는 고위관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임보는 자기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를 반대했다. “문신들은 겁이 많고 전쟁 경험이 없어 군대를 지휘할 수 없습니다. 대신 이민족 출신의 장수들은 어려서부터 전쟁터에서 자랐기 때문에 지휘능력이 출중합니다”라고 건의했다. 안록산이 절도사가 된 배경이 이임보 덕이었다.

    이임보는 술수가 높은 간신이었다. 겉으로는 아주 원만하고 예의를 잘 갖추어 말을 솜씨 있게 하여 누구나 호감이 가게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해 철저하게 계산을 해가며 행동했다.

    후궁들을 매수해서 황제에 관한 정보를 정확하게 수집해 황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었다. 자기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사람은 이간시켜 멀리하게 했다.

    그 때 엄정지(嚴挺之)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황제에게 바른 말을 자주 했다. 이임보에게는 눈엣가시였다. 당연히 모함을 해 지방의 태수(太守)로 좌천시켜 버렸다.

    어느 날 현종이 “엄정지는 지금 어디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임보는 자신의 권력에 대한 도전을 받을까 겁이 났다.그러자 엄정지의 아우를 불러 “지금 황제께서 자네 형님을 크게 쓰실 모양이네. 아파서 서울에 온 것처럼 해서 상소를 하도록 하게. 그러면 황제가 발탁할 걸세”라고 했다.

    엄정지는 “이임보가 이제 생각이 바뀌었나 보다?” 하고, 매우 아픈 것처럼 해서 상소를 했다.

    그 상소가 들어오자 이임보가 들고 황제에게 가서 “이 늙은이는 지금 병이 깊어 아무것도 못하는 모양입니다”라고 해 태수 자리마저 떼어 버렸다. 그러자 엄정지는 울화가 치밀어 병이 나 죽고 말았다.

    어느 시대건 간신이 없는 때는 없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간신은 얼마든지 있다. 필자 자신도 간신의 행위를 탄식하면서도 간신들이 하던 행동을 하는 때가 없지 않을 것이다.

    지도자가 된 사람이나 지도자를 뽑는 사람들은 누가 바른 사람인지 누가 간악한 사람인지를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

    *妬 : 시기할 투. *賢 : 어질 현.

    *嫉 : 미워할 질. *能 : 능할 능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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