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정월 대보름 오곡밥 드셨습니까?- 김진국(경남농협 본부장)

  • 기사입력 : 2016-02-22 07:00:00
  •   
  • 메인이미지

    작년 송년회 모임이었다. 지방경제를 이끄는 기업가들이 자리를 채웠다. 강사는 한때는 나라의 주요 부서에서 요직을 맡았고 은퇴 후에는 금융, 경영단체 등의 수장으로 있는 분이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강의 도중 충격적인 발언을 들었다. ‘요즘 누가 밥(쌀)을 먹습니까? 밥 먹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농업 때문에 생긴 문제를 우리 제조업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요지는 수입으로 대체될 수 있는 농업, 고용 창출이 일어나지 않는 농업을 위해 국가의 부담이 크고 그 국가의 부담은 기업인들이 지고 있다라는 취지였던 거 같다. 주제와 벗어난 농업 성토였다. 그날 만찬은 뷔페식으로 김밥도 있었고 김치도 있었고 쇠고기 요리도 있었다.

    한국경제와 지방의 제조업이 어려운 단계를 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서울공대 교수들이 ‘축적의 시간’이란 책을 발간해 공감을 일으켰다. 축적의 시간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산업 및 연구 현장의 사례를 들어 우리 산업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주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공통으로 빠져있는 착각, 즉 잘못된 고정관념, 오해(myths)를 지적하면서 당면한 위기의 원인과 미래전략에 대한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 산업의 잘못된 고정관념은 ‘생산활동은 개도국으로 아웃소싱하고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지식노동을 해야 한다. 첨단 특허 한 건, 세계적 논문 한 편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 필요한 경험과 지식은 살 수 있다. 중국은 우리의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등이다. 이들은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 착각을 깨고 창조적 개념설계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농업에 대해서도 공통으로 빠져 있는 고정관념이 있는 거 같다. ‘농업은 국가경제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 농업이 살려면 기업이 농업생산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은 너무 많다. FTA 농업 피해가 거의 없는데 예산만 낭비했다. 식량은 외국에서 사다 먹는 것이 이득이다’ 등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지급하는 농업보조금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다. 또 한국은행의 사업연관분석에 따르면 농업은 다른 산업보다 부가가치 유발계수(0.777 : 0.687)가 높아 광범위한 전후방 관련산업을 통한 소득창출 등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에 대한 오해는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 과정에서 농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제조업 등 타 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

    지난주 한 경제지는 아프리카 남부지방은 엘니뇨현상에 따른 심각한 가뭄으로 아프리카인의 주식인 흰옥수수의 가격이 150% 급등해 심각한 식량난을 겪어 식량을 수입해야 할 처지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거래되는 옥수수의 95%는 가축사료용 노란 옥수수여서 아프리카인의 식량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980년 냉해로 쌀 자급률이 60%대로 급락하고 그에 따라 국제쌀 가격이 60%나 급등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주곡의 안정적인 공급 여건을 지켜나가야 한다. 물론 농업에 대한 오해와 제 역할에 대한 농업계의 반성과 창조적 혁신역량의 축적이 필요하다. 오늘 정월 대보름 귀밝이 술에 견과에다 갖은 나물로 우리 오곡밥 드셔보시지 않겠습니까?

    김진국 (경남농협 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