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6일 (토)
전체메뉴

[수요문화기획] 미술심리치료 알아보기

상처받은 마음, 그리고 만들며 보듬다

  • 기사입력 : 2016-01-27 07:00:00
  •   
  • 메인이미지


    “아이들에게 ‘요즘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몰라요’나 ‘그냥 그런데요’ 하고 대화가 끝나버립니다. 어른들에게 똑같이 물어보면 ‘바빠 죽겠는데 어떻게 기분까지 다 챙기고 살아요. 그냥 사는 거지’ 하고 대화가 이어지지 못합니다. 만나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분명 내면에 어떤 문제를 끌어안고 있어서 그것을 끄집어 내야 심리치료가 가능한데, 그런 게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미술심리치료는 미술활동을 통해서 자기 표현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술심리치료 전문가인 강윤궁 가족화목심리상담센터장의 이야기다.

    현대인들은 삶의 여러 영역에서 불안감, 우울증,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고통과 부적응을 경험한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서 대인 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심리치료는 심리적 기법을 사용해 이러한 고통과 부적응의 문제를 치료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중에서 미술을 접목시킨 미술심리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술치료전문가인 강윤궁 가족화목심리상담센터 소장과 경남전업미술가협회에서 미술심리치료 활동을 하고 있는 문혜정 조각가를 통해 미술심리치료에 대해 자세히 들어본다.



    ▲미술심리치료란

    심리치료의 일종인 미술심리치료는 한마디로 미술 활동을 통해서 심리적인 어려움이나 마음의 문제를 표현하고 완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치료’라는 말이 들어가 있어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미술심리치료는 누구나 받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 가운데 자기의 의사를 말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미술을 이용한 심리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다.

    강 소장은 “미술심리치료는 심리학에 기반한 치료법이다”며 “미술에 사용되는 여러 매체(도구)를 이용해 사람의 ‘감각’을 촉진시켜 내면의 문제들을 밖으로 표현하게 하는 활동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문혜정 조각가는 “말로써 표현하기 힘든 느낌, 생각들을 미술 활동을 통해 표현해 안도감과 감정의 정화를 경험하게 하고 자아 성장을 이끄는 치료법이다”고 정의했다.

    메인이미지


    ▲미술심리치료의 과정

    미술심리치료의 목적이 미술활동과 상담을 통한 치료이다보니 시작은 심리검사에서부터 이뤄진다. 일반적인 심리검사와 미술심리검사를 통해 내담자가 가장 긴급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 심리치료 전문가는 내담자가 가족관계, 진로, 적응 등 구체적으로 어떤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하면 상황에 맞게 심리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전략을 짠다.

    강윤궁 소장은 미술심리치료의 과정이 내담자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강 소장은 “초기에는 심리검사로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면담하고 어떤 면을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 한 달 정도의 심리검사가 필요하다”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보다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강약점을 파악해 강점을 살려 치료를 하는 점이다. 관심 있는 미술활동에 몰입하면 만족감이 높아지고 표현도 자연스럽게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 미술심리치료를 진행하는 문혜정 조각가는 내담자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 작가는 “집, 나무, 사람을 함께 그리도록 하는 HTP 검사를 시작으로 물감뿌리기, 찰흙 놀이, 물고기 가족화, 가면 만들기, 나의 감정의 나무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모두 진행하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HTP 검사를 실시한다”며 “세 단계로 나눠 내담자의 처음 상황과 미술심리치료를 체험한 뒤의 감정 변화들을 확인해 내면을 쉽게 드러내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미술심리치료의 효과

    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미술심리치료가 효과가 있지만 한두 번의 체험과 상담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내담자가 처한 심리적 어려움의 양상과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심리적 어려움의 근본 원인을 찾아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

    강 소장은 한 경험을 꺼냈다. “몇 년 전 사회복지관에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집단 미술심리치료를 했는데 여러 박스에 재료를 가만히 두고 처음에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지시받는 것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운을 떼더니 “도우미들이 재밌게 놀기 시작하자 어느 날부턴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도우미들이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 맞장구를 쳐주고 옆에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도와주면 몰입을 한다. 이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은 이제 옆에 친구들은 뭘 하는지 궁금해하고, 가만히 있기만 했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함께 놀기 시작해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성취감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유의지를 갖고 행동하면 주체성도 높아지고 상호관계에도 관심을 가져 점점 확장해 나간다. 시간이 걸리지만 미술심리치료는 인간의 본능인 창의성을 일깨워주는 힘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메인이미지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문혜정 작가/


    ▲미술심리치료에 관한 오해

    미술심리치료에 대한 오해도 곳곳에 있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담자만 치료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미술심리치료도 ‘백날 해봤자 도루묵’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 작가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미술심리치료를 받을 때 부모도 함께 상담을 받고 활동에 참여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만 변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부모의 잘못이 더 큰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상담자가 아무리 포용적이라 할지라도 내담자가 가정으로 돌아갔는데 가정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으면 혼란이 생긴다”며 “부모가 아이를 바로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부모가 먼저 변한 뒤 아이를 변하도록 유도하면 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도영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