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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경제는 타이밍이다- 최충경(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장)

  • 기사입력 : 2016-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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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83년(선조 16년) 율곡 이이는 “국력이 쇠약해 10년도 못 가서 반드시 나라가 무너지는 큰 화가 있을 것이니, 십만 병졸을 미리 양성하여 위급할 때 방비를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비무환 하면 떠오르는 ‘십만양병설’이다. 그러나 선조는 “평시에 군사를 양성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만을 야기한다”는 명목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한국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고성장을 당연시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장기적인 저성장시대를 맞고 있다. 국내에는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가계부채, 청년 취업난 등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외에는 유럽의 장기 침체,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말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대외 여건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여파로 올해 조선, 철강, 해운, 건설 등 수출주도형 산업의 정체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 또한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성장 시대를 떠안은 지금의 산업계는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업 또는 산업의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그 사이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손을 놓아 몸을 가볍게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구조개혁을 통해서만이 기업도 살고 우리 경제도 새로운 도약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도 우리경제를 위기상황이라 인식하고 이를 돌파하고자 소위 ‘경제활성화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각 정당의 이해관계로 몇 달째 방치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경남·부산·울산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단들이 여야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을 찾아 호소도 해보고 국회의장을 몇 차례 만나 탄원도 해보았지만 하세월이다.

    “지난 5년간 회사의 인건비가 국내에서 50% 상승했다. 전 세계 40여 개 공장 중 이만큼 임금인상이 많은 공장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룹 이사회에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어떻게 주장할 수 있겠나.” 지난해 한 경제단체가 주관한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에서 한국에 투자한 글로벌회사 외국인 CEO의 말이다. 그는 더불어 한국 제조업은 고임금 구조와 낮은 생산성으로 생산물량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도 경고했다.

    사실 국내 산업의 투 톱으로 분류되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이미 국내 생산 비중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2014년 기준으로 94%가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 역시 해외 생산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중국 등 8개 국가에 15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생산량은 350만 대 언저리에 머무는 반면 해외 생산량은 4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들 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옮긴 것은 높은 인건비와 각종 규제 탓에 더 이상의 국내생산에서는 이익을 찾기 어려운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이들 기업에게 애국심만 강요할 수만은 없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어렵고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우리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정치권인 여야(與野)가 다르고 기업의 양 주체인 노사(勞使)가 뜻을 달리하며 대립 중이다. 450여 년 전 율곡 이이가 주장한 유비무환의 ‘십만양병설’이 새삼 떠오르는 새해다. 경제는 타이밍이다. 글로벌 시장은 더 이상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최충경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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