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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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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나눔·기부문화 이끌어 우리 사회 그늘 걷어낼 겁니다”

도내 조선업·기간산업 불황으로 기부 참여도 줄어
아너소사이어티와 착한 가게 등 기부문화 정착해야
매년 모금된 성금은 복지사각지대 6만명에 쓰여

  • 기사입력 : 2016-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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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철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 나눔과 기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지난 연말,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모금을 시작한 지 20여 일이 지났음에도 창원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기준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8.72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온도인 17.99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대로 가다간 목표액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모금회 직원들 사이에서 떠돌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바닥을 맴돌던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예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모금회 직원들은 온도가 차츰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모금 마감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 대표인 한철수 회장을 만나 최근 분위기를 들어봤다.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미지근하다고 들었다. 요즘도 모금이 어려운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봤을 때 기부 참여가 많이 준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 기부자의 경우 지난해 2만여명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만2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60%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업 기부 역시 지역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서인지 많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얼굴 없는 천사, 아너소사이어티의 가입 행렬이 이어져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금은 미지근하지만 점점 그 열기를 더해 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모금에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올 초에 모금이 크게 늘어 전년 수준만큼 올랐다. 지난 12일 기준 경남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87.4도를 기록하고 있다.

    -캠페인 기간 중반까지 모금 달성률이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번 모금이 유달리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해 경남지역 소비자 경제상황 인식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심리지수’가 100을 밑돌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준값인 100보다 작으면 흔히 비판적으로 본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경남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조선업과 기간 산업의 불황 영향이 상당히 컸던 것 같았다. 연일 불황이 지속되다 보니 소비심리는 많이 위축되고 기부에 대한 참여도 자연히 줄었다. 사실 기부금은 해마다 증가했다. 2000년대 국내 총 기부액은 4조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10조원대를 돌파했다. 모금회의 경우 2014년에는 기부금 50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경남 역시 같은 해 도내 최대 모금액(81억58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당해 모금 목표액인 67억6000만원보다 13억9800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희망 2016 나눔 캠페인’ 기간인 70일 중 절반이 지나갔음에도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7개 지회가 모두 힘들긴 했지만, 경남의 경우 조선업과 기계산업이 최근 들어 급격한 위기에 봉착하면서 다른 지역과 비교해 온도가 현저히 낮았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IMF 외환위기로 힘든 시기인 1998년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울수록 나눔의 손길이 더 많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1980년대만 해도 사회 분위기는 복지보다는 경제 발전이 급선무였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기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일한 법정 모금·배분 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됐다. 1997년 당시 ‘금 모으기 운동’과 국민 기부활동이 펼쳐지면서 나눔 문화가 정착됐다고 볼 수 있다. 근래 몇 년 동안 제2의 IMF라는 경제위기가 오면서 기부가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한 해 기부에 참여한 국민 중 53%가 ‘향후 1년 이내 다시 기부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보도를 봤는데 기부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었다. 그렇지만 이것만 보고 나눔의 손길이 줄었다고 보긴 힘들다. 그 당시 기부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을 때는 금 모으기라는 획기적인 운동뿐이었지만, 지금은 개인 고액 기부자인 아너소사이어티, 직장인 나눔캠페인, 착한 가게 등 다양한 기부 방법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다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개인 기부가 낮으므로 기부자가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부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개인들은 기부가 어렵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올해 모금 목표액(86억6000만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모금 목표액 달성 여부는 직원들의 맘을 졸이는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목표액 달성을 위해 18개 시·군 곳곳을 뛰어다니며 기부자를 만나고, 기부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가 단순히 목표액이 달성되는 성취감이 아니라 모금된 금액만큼 경남 도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지원 파이(모금액)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서 미리 포기하면 지난해 지원받은 이들에게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셈이니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여전히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힘든 여건이지만 우리 모금회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모금 목표액 달성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으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11일 기준 71억5400만원 정도가 모금돼 달성률 86%를 기록하고 있다.

    -목표액을 달성하기 위해 모금회 차원의 방안이 있다면?

    ▲아무래도 사회적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기부를 자연스러운 행위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 기부 수준은 0.54%로 미국(1.67%)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기부의 필요성은 개인과 기업 모두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기부로 이어지는 경우는 저조한 편이다. 경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러므로 홍보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성금을 맡긴 기부자의 예우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에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성금을 내준 이들을 위한 존경의 마음이다. 기부자가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기부가 어려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홍보를 통해 조금씩 예비 기부자들의 마음을 열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모금 활성을 위해 경남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모금회는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 갑자기 닥친 실직, 사고나 재난 등으로 위기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도울 골든타임을 확보한다. 이러한 상황에 내가 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민간 복지 재원은 이렇게 어려운 이웃을 돕고, 도민들의 평균적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기부와 나눔은 바로 도민의 삶과 직접 연결돼 있다. 매년 모금된 성금은 약 6만명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 흔히 우리 사회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는 일이라고도 한다. 내 이웃의 밝은 미소, 내 친구의 희망, 이 모든 것이 바로 기부와 나눔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부는 곧 나를 위한 일이다. 약 340만명의 경남도민이 기부로 하나 되는 그날을 바란다.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 한철수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1952년 마산 출생 △마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경남교우회 회장, 마산상공회의소 신용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청소년 경남연맹 총장, 마산사업개발(주) 대표이사, 창원시 노사정협의회위원, (사)아름다운우리가곡 이사장, 3·15의거기념 사업회 부회장, 창원상공회의소 마산지회장, (주)고려철강 대표이사, 경상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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