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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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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반고등어- 유홍준

  • 기사입력 : 2016-0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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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뒤집혀졌는지

    눈알이 빠져 달아나고 없다

    배 속에 한 움큼, 소금을 털어 넣고

    썩어빠진 송판 위에 누워 있다

    방구석에 시체를 자빠뜨려놓고

    죽은 지 오래된 생선 썩기 전에 팔러 나온

    저 여자, 얼마나 뒤집혀졌는지

    비늘, 다 벗겨지고 없다

    ☞ 허름한 옷차림, 허연 수염, 소주병, 깍두기…. 이른 아침 새벽시장에 나가 보면, 싸구려 해장국집에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있는 군상들이 있다.

    낮이면 방구석에 뻗어 있다가, 밤마다 술집을 노름판을 기웃대는 동태 눈깔들이다. 어시장 구석에서 홍어처럼 삭아가며 번 돈 다 내놓으라고 지랄을 하는, 마누라 앞에서만 벌떡 일어서는 불덩어리들이다. 새끼도, 어미도 몰라보는 당달봉사들이다.

    이 ‘시체’들을 업고 가는 어떤 ‘일생’이 있다. 마구 뒤집힌 자반고등어처럼 비늘 다 벗겨지고 살점 다 뭉개진 어떤 ‘여자의 일생’이 있다.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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