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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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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유치환

  • 기사입력 : 2015-1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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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위하여

    목 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

    천년 푸른 하늘 아래

    소리 없이 피었나니



    그날

    한 장 종이로 구겨진 나의 젊은 죽음은

    젊음으로 말미암은

    마땅히 받을 벌이었기에



    원통함이 설령 하늘만 하기로

    그대 위하여선

    다시도 다시도 아까울 리 없는

    아아 나의 청춘의 이 피꽃!

    ☞잠이 오지 않는 밤, 시간을 ‘거슬러’ 완행열차를 탄다. 재래식 기적소리 피어오르고, 완행열차 천천히 굴러간다. 허리 굵어진 아버지의 회색 시간대를 지나, 첫아이를 받아들고 탯줄 자르던 시간대를 지나, 청춘이 배 비비며 흘러온 시간대로 열차는 들어선다.

    말라 죽은 풀잎들 다시 푸르게 일어서고, 시든 가지마다 다시 붉은 꽃들 피어난다. 꽃들의 붉은 살 속마다 고여 있던 상념들 욕망들 진딧물처럼 다시 끓기 시작한다. ‘그날’을 담은 붉은 꽃도 다시 피어난다. 젊음을 한 장 종이로 태워 버린 ‘그날’의 눈물과 회한을 담은 붉은 꽃, 이슬을 털며 피어난다. 벌어지는 붉은 꽃잎 속으로 열차 사라진다. 사라진 열차 오래오래 붉게 물든다.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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