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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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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추운 겨울, 진영단감농가 도로변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오죽하면 농사꾼이 길거리 장사꾼 됐겠어요?”
가격폭락에 판로 막혀 26개 농가 한겨울에도 나와
“예전엔 수익 올리려 판매했지만 지금은 본전이라도 건지려 장사”

  • 기사입력 : 2015-12-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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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11시께 김해시 진영읍 도로변에서 진영단감 생산 농민들이 오가는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단감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 폭락에 판로까지 막힌 단감농가들이 한 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한겨울 도로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도로변 단감농가 실태= 23일 오전 11시께 김해시 진영읍 도로변 인도. 천막을 치고 단감을 판매하고 있는 진영단감농가의 수는 26곳에 달했다. 진영공설운동장 교차로에서부터 본산입구 삼거리까지 약 3km의 왕복 4차로를 따라 양방향으로 판매용 천막이 즐비하게 설치돼 있었다.

    오전 8시가 되자 단감상자를 트럭에 싣고 와 천막을 여는 농민들이 하나둘 눈에 띄었다. 이들이 도로변에 나와 장사를 시작한 지도 10년이 훌쩍 지나 이곳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이곳에서 장사하는 이유가 달라졌다.

    온 가족이 단감 농사를 짓는 김미라(36)씨는 “팔지 못한 단감을 저온창고에 쌓아두고 있지만, 마땅한 판매처가 없다. 수년 전에는 수익을 더 내기 위해 도로변에 나왔지만, 이제 생계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최근 도매상을 통해 10kg 상품 60상자를 판매했는데 40만원을 받았다. 상자당 1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인건비와 농약값, 퇴비값 등 농사비용을 생각하면 본전 한 푼 못 건진다”고 하소연했다.

    ◆생계 위해 버티지만 판매는 부진= 온종일 차디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자리를 지켜도 이들을 찾는 이는 많지 않다.

    김씨를 비롯해 이곳에서 단감을 판매하는 농민들은 하루에 적게는 2~3상자, 많게는 5~6상자를 판매한다고 했다. 운 좋을 때는 택배로 10상자 이상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루 한 상자를 판매하거나 아예 공치는 날도 많다고 했다.

    인도 위의 단감 직판장은 단속 대상임에도 한때 자리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보행자들이 지나다닐 공간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천막을 설치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단감농장 운영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면서 빈자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김영미(56)씨는 “2년 전 자리가 하나 생겨 천막을 설치해 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 단속 후 작은 천막으로 변경해 겨우 자리를 유지했다. 이렇게 나와 직접 팔지 않으면 답이 없는데, 요즘같이 날씨가 추울 때면 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들이 아무도 내리지 않아 야속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진영국토관리사무소 보수과 관계자는 “천막이 보도를 완전히 점유할 경우 통행에 지장을 준다는 민원이 종종 들어온다. 주민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상시적으로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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