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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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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海琴)에 기대어- 고두현

  • 기사입력 : 2015-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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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 깊은 밤엔

    해금을 듣습니다.

    바다 먼 물소리에

    천근의 추를 달아

    끝없이 출렁이는 슬픔의 깊이

    재고 또 잽니다.



    유난히 풍랑 많고 한류 찬 물밑 길

    상처에 소금 적시며 아득히 걸어온 그대

    물살 센 한 생애가

    이토록 쿵쾅이며

    물굽이 쳐 아픕니다.

    ☞ 그대, 바다에서 태어났던가. 첩첩 해무가 잉태한 섬들을 출산하는 햇살에 눈부시며 어린 날 보냈던가. 투명한 수심(水心)에서 건져 올린 동심(童心) 몽돌처럼 반짝거렸던가.

    솔방울만 한 해삼으로 배 채우며 그대 무럭무럭 자랐던가. 무럭무럭 자라 바다의 젖 떼고 세상으로 떠났던가. 첩첩 세상 속으로 들어갈수록 바다는 깊어지고 깊어졌던가. 깊어지고 깊어져 수심(水深) 모를 슬픔이 되었던가. 발가벗고 물장구치던 동무들 발가벗고 세상으로 나가고, 까만 눈동자의 첫사랑 시다가 되어 떠났던가.

    그대, 바다에서 태어난 사람. 깊은 밤중 천근의 추를 내려 슬픔의 깊이를 잰다. 캄캄한 물밑을 걸어가는 생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해금(海琴)이 해금(奚琴)을 켠다.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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