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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중등교육시스템, 독일·스위스식으로 대전환을- 김현생(한국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장)

  • 기사입력 : 2015-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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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이맘때면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입시전쟁을 치른다. 학생은 학생대로 논술학원, 면접학원 등을 다니며 대학입시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공부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이미 재수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또 부모는 부모대로 대학원서접수 전략을 짜기 위해 입시설명회를 분주히 찾아다니기도 하고 전문기관에서 자문을 받기도 한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입시에 목숨을 거는 풍토는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과정이 줄 세우기 교육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우고 등수를 기준으로 명문대에 입학하면 성공 가도가 보장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그 기반이다.

    하지만 요즘 보면 ‘명문대 입학=성공’의 공식도 옛말이 된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며 기업은 기업대로 창의적인 인재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줄 세우기 교육과 청년실업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능력중심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는 해외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독일·스위스 등 선진국의 중등과정 시스템을 보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약 30%만이 대학진학을 위한 학교(김나지움)에 다닌다. 그 외 약 70%에 해당하는 대부분 학생은 장차 직업인으로서 기술·기능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직업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중등학교(하우프트 슐레, 레알 슐레 등)로 진학을 한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게 미래직업을 경험하면서 창의력을 키울 수 있고, 일찍이 전문가로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독일·스위스 등은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도 우리나라보다 크지 않으며 직업의 귀천에 대한 편견이 크지 않은 성숙한 사회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고등학교 중 일반계고의 비중이 약 77%이고 특성화고는 약 23%에 불과하며 학생 수 역시 일반계 고교생이 4배 이상 많다. 위 국가들과는 정반대의 중등교육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좁디 좁은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의 문으로 수많은 학생이 몰리다 보니 자연히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아 능력을 키울 기회를 얻기도 전에 입시지옥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입시 위주의 우리나라 중등교육시스템을 개혁하여, 직업교육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부터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의 길을 체험해 보게 함으로써 적성을 찾고 미래를 설계해볼 기회를 준다면 획일화된 기준에 의한 입시전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고졸 직원들이 근무경력을 쌓아가면서 상황에 맞는 대학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더 이익일 것이다. 물론 이는 다양한 직업에 대해 개방적인 사회적 인식 조성과 대학의 평생 교육 기능의 확대가 동반돼야 할 것이다.

    입시지옥과 청년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자녀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갖춘 훌륭한 직업인으로 성장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중등교육 시스템의 혁신을 통한 입시지옥 없는 사회를 꿈꿔 본다.

    김현생 (한국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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