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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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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위기의 쌀’ 소비 늘리기

한국인의 힘, 밥심!
아침은 쌀빵, 점심은 쌀파스타, 저녁은 쌀국수, 야식은 쌀떡볶이

  • 기사입력 : 2015-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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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우리네 식습관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양화·간소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양곡소비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구부문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전년보다 5.8g(3.2%) 감소한 178.2g으로 나타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밥 한 공기가 쌀 100g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먹는 밥의 양이 두 공기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반면 올해 쌀 농사는 좋은 기상 여건에 생산량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풍년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지난 9월 말 기준 쌀 재고는 136만t으로 적정 규모인 80만t보다 약 56만t이 남아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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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파스타

    ◆건강해지는 지름길, 밥먹기

    우리가 이렇게 천대(?)하고 있는 쌀은 사실 건강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빵과 육류 등을 섭취하는 서양화된 식습관 속에서 비만·고혈압 등 성인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쌀은 저칼로리·저지방에 영양성분이 풍부하고 식단의 특성상 채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밀에 함유된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이 없어 소화장애나 알레르기를 일으킬 위험도 적다.

    때문에 한국에서와는 달리 호주를 비롯해 미국·캐나다·유럽 등 빵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들에서 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밥솥을 구매해 밥을 지으며 주식까지 바꾸는 현지인들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라는 말이 어색해질 정도로 주식(主食)인 듯 주식 아닌 ‘쌀’. 하지만 식습관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떻게 하면 쌀 섭취를 생활화해 건강한 몸을 만들고, 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시름을 지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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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국수

    ◆밥 싫고 파스타 좋다면? ‘쌀파스타면’

    몇 해 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공효진·이선균 주연의 드라마 ‘파스타’를 기억하는가. 비약일 수도 있지만 파스타 혹은 스파게티가 국민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그 때부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주위의 얘기를 들어보면 반찬이 많이 필요한 밥보다는 단품으로 먹기 좋은 간단한 파스타 재료를 구비해놓는 집도 많다고 한다. 밥그릇 개수만큼이나 파스타 볼(bowl)이 있는 풍경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이왕 밥보다 파스타를 사랑한다면 파스타 면을 쌀로 만들면 될 일이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밥쌀 대신 쌀 가공제품 수요가 많아지는 소비 변화를 반영해 쌀 파스타 만들기 좋은 벼 ‘새미면’을 육성하고 이를 이용한 파스타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새미면은 아밀로스 함량이 26.7%로 높고(일반 벼 20% 이내) 전분의 노화가 빨라 끈적이지 않는 파스타 면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분상질률이 65.7%로 쌀알 내부에 공간이 많아 분쇄가 잘돼 반죽을 만들기 쉽고, 쌀 수량이 10a당 708㎏으로 기존의 쌀국수 품종들에 비해 10~32% 높아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우수하다.

    함께 개발한 파스타는 새미면을 제분한 다음 쌀 99%에 타피오카 전분 1%를 섞어 만들었다. 종류는 마카로니 2종(현미·백미), 스파게티(현미·백미) 2종, 총 4가지다.

    현재 파스타면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듀럼밀과 비교했을 때 맛과 품질은 비슷하고 쫄깃함과 씹힘성은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는 것이 농촌진흥청의 설명이다.

    새미면은 우리 지역 고성에서 10㏊ 정도 시범 재배하고 있는데, 앞으로 농가와 산업체 간 계약 재배를 추진해 쌀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산업체 역시 원하는 가공용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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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빵

    ◆쫄깃하고 맛있는 쌀빵… 유아기부터 친숙하게 ‘라이스 클레이’

    쌀로 만든 파스타면처럼 가공용 쌀에 대한 소비는 늘어나는 추세다. 1인당 연간 밥쌀 소비량은 2005년 80.7㎏에서 지난해 65.1㎏으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가공용 쌀 소비량은 4.1㎏에서 8.9㎏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따라서 가공식품에 대한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고조되고 있다. 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가공식품은 빵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따르면 벤처창업보육업체인 현미쌀빵 제조업체 ‘라팡’(대표 최병희)은 국내산 현미로 빵맛을 제대로 잡아 거대한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제빵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쌀빵은 개발된 지는 꽤 오래됐지만 기존의 쌀빵은 쌀가루의 특성상 밀가루보다 미세하게 분해하지 못해 맛이 거칠고 점성과 탄성이 없어 소비자의 기호도에 못 미치고, 밀가루 빵보다 빨리 굳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라팡은 농촌진흥청의 쌀 관련 기술특허를 이전받아 최첨단 자연발효 방식으로 현미를 발효, 숙성시켜 쌀의 냄새도 없애고 밀가루와 같은 점성과 탄성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의 오감발달을 위해 하는 클레이 공예와 쌀로 만든 떡을 결합한 라이스 클레이도 하나의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다정(28·김해 내동)씨는 “아이들 오감발달을 위해 밀가루로 무언가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쌀로 만든 떡을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만들어 그 자리에 먹을 수 있으니 건강이나 발달에 보다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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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떡볶이

    ◆쌀 제품 한자리에 모은 ‘라이스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하반기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설 전문코너 개점을 목표로 농협중앙회,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등 관련 기관·단체와 지속적인 업무협의를 한 결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쌀 가공식품 상설 전문 판매장인 ‘라이스 존(zone)’을 9일 설치해 13일까지 5일간 쌀 가공식품 판촉 행사를 진행한다.

    말 그대로 쌀로 만든 가공식품을 한자리에서 보고 용도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 촉진 효과가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입점 제품은 쌀 프레이크, 현미쌀과자, 누룽지 등 스낵류, 쌀국수, 즉석떡볶이, 죽, 쌀 부침가루 등으로 다양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에 품목별로 분산돼 있던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함으로써 쌀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 향상 및 소비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시작으로 라이스 존 설치 점포·업체를 지속 확대하고, 우수하고 다양한 쌀 가공식품이 입점될 수 있도록 유통업체와 협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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