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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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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영웅조시(英雄造時)- 영웅이 때를 만든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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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원수 이등박문(伊藤博文)을 쏘아 죽이기 전날 밤에 지은 시 가운데, “시대가 영웅을 만드느냐? 영웅이 시대를 만들어야지.[時造英雄兮! 英雄造時.]”라는 구절이 있다.

    영웅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인가? 한 사람으로서 열 사람이나 백 사람의 재주나 능력을 가진 출중한 사람을 말하는데, 특히 통솔력 기획력이 뛰어난 사람을 말한다.

    지난 11월 22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89세로 서거했고, 25일은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탄생한 지 100주년 되는 날이었다. 두 분 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큰 획을 그은 분들이다.

    김 대통령은 26세 최연소 국회의원, 9선의 최다선 국회의원의 기록을 갖고 있고, 몇 차례의 야당 원내총무, 야당 대표를 역임했다. 그가 임기 말년에 경제위기를 초래해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지만,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있어 그의 공적은 가볍게 볼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정권이 점점 탄압의 도를 더해갈 때, 저항함으로 해서 유신정권이 종말을 고하게 만들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체제의 간접선거가 김 대통령의 강력한 저항으로 직접선거로 헌법을 개정하게 됐다.

    정주영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7위의 수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정말 가난하고 또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나라에 정주영,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LG의 구인회 같은 경제인이 거의 동시에 태어난 것은 하늘이 우리나라를 도와주려고 경제개발의 사신을 보낸 것과 같다.

    정주영은 강원도 통천(通川) 아산(峨山) 마을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그 뒤 한문 고전을 조금 읽은 것이 그의 공식학력의 전부다.

    시골에 있어 봐야 가난한 농부의 신세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서울로 탈출해 생활하면서, 쌀 가게 배달원 등등을 전전하다가, 조금 뒤 자기 상점을 내고, 자동차 기계 등의 정비사업을 하며 마침내 대기업가로 성장했다.

    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가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장점과 특기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서 세 가지만 들면 특유의 도전정신, 기발한 발상, 철저한 약속이다.

    자동차정비공장을 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이 요구하는 시간에 맞추어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끝냈다.

    그가 자주 쓰던 말 가운데 하나가, “해 봤어?”라는 것이다. 이 한마디 말이 그의 도전정신, 추진력이 다 결집되어 있다. 무슨 일이든지 하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안 하면 절대 될 수가 없다. 경영학개론서 한 권 안 읽었을 그가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한 데는 남다른 이런 정신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나 경제가 이 정도에 이른 것은 이런 영웅적인 인물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英 : 꽃부리 영. *雄 : 수컷 웅.

    *造 : 만들 조. *時 : 때 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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