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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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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베이징 단상- 김경모(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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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3박4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다녀왔다. 중국에서 새로 신설된 [경제생활] 교과서의 집필에 참여한 교수들과 이 교과서로 수업을 하는 교사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중국 정부는 2000년 초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인 [과정표준]을 개정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중국의 고급 중학교(우리나라의 고등학교)의 [사상정치] 교과의 대폭적인 개정이었다. 사상정치 교과는 우리나라로 치면 윤리와 사회과를 합쳐 놓은 것인데 중국의 시민교육을 담당하는 핵심교과이다. 개정된 [사상정치] 교과에는 [사상정치① 경제생활], [사상정치② 정치생활], [사상정치③ 문화생활], [사상정치④ 철학생활] 등 네 개의 과목을 설치하였다. 눈에 띄는 부분은 경제를 선두에 세웠다는 것이고 또 이를 이론적 관점이 아니라 현실 생활의 관점에서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준비해 간 우리나라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를 선물로 주면서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했다. 큰 판형과 고급 재질의 교과서에 우선 놀랐다. [경제]와 같이 중요한 과목의 교과서가 검인증으로 다수가 출간되고 있다는 것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정부 주도 하에 인민교육출판사가 교과서 편집을 담당하는 단일의 국정교과서 체제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듣게 된 이야기는 중국의 [경제생활] 교과서의 경우 국정이긴 하지만 다수의 교과서를 출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결국에 한 권이 채택된 것은 내용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결과였지만 그럼에도 채택 과정에서는 정부와 학계 그리고 중등학교 현장 간에 나름대로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경제생활] 교과서는 생활과 소비, 생산, 노동, 경영, 수입과 분배 그리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발전 등 네 개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의 결정이론으로 노동가치설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마르크스 경제학의 잔재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경제 확대에 따라 변화한 경제현실을 그대로 기술하고 있다. 더욱이 금융이나 창업 교육적 내용을 도입하고 있는 부분은 그 비중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교과서보다 더 융통성이 있으며 생활지향적인 관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 이번의 [경제생활] 교과서에서는 이전처럼 단순히 본문 위주의 교과서가 아니라 수업의 절차를 염두에 둔 교육적 장치가 곳곳에 보인다. 현재의 사례뿐만 아니라 중국의 고전에서 인용한 사례 등도 돋보인 부분이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사회주의 시장 경제발전 단원의 내용과 관련한 질문을 교사들에게 던졌다. 과학적 발전관이란 용어에서 과학적이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사실 과학적이란 용어는 마르크스 경제학 혹은 사상에서 꽤나 중요한 개념이다. 웃으면서 나온 답변은 과학적 발전관에서의 방점은 과학에 있지 않고 발전에 있다는 것이었다. 정치적 형식을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현재와 미래에 관련된 발전에 이미 생각과 시선이 넘어가 있음을 재치있게 보여준 것이라 생각됐다.

    베이징은 3박4일 내내 스모그로 뒤덮여 있었다. 물가는 거의 서울 수준이고 도로의 교통 무질서는 여전히 일상의 한 부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공장지역을 재생해 문화와 소호의 중심이 된 798지역에서, 협동학습과 발표 수업 그리고 ppt 활용 수업이 보편화된 중국의 중학교 교실에서 가까운 미래 중국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기도 했다. 사친회를 가득 메운 중국의 젊은 학부모의 열기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중국과 비교해 우월감을 가졌던 적이 있는 나에게 이번 베이징행은 경제생활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점진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중국인들의 집단적 지혜의 힘을 어렴풋이 느끼게 한 여정이었다.

    김경모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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