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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되찾는 가을- 조기호(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기사입력 : 2015-1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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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 가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작가 펄벅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의 가을풍경과 사람들의 삶에서 받은 감명은 이후 출간한 ‘살아있는 갈대 (The Living Reed)’라는 소설에서 드러난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작가는 소설 첫머리에 한국을 고결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같은 나라로 극찬했다.

    유명작가의 찬사를 빌리지 않아도 한국의 가을은 아름답고 풍요롭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산하를 보노라면 일상에 지친 마음의 그늘이 말끔히 사라지는 듯 하다. 이처럼 아름다운 가을이지만 막상 한국 사람들은 계절을 즐기는 여유가 없이 사는 것 같다.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국력이나 경제력에 비해 크게 낮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15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인 삶의 만족도는 조사대상 34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풍요로워졌지만,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에 치솟는 사교육비와 부동산 가격, 사회적 갈등 증폭, 취업난, 업무 스트레스 등 삶의 행복지수를 낮추는 많은 요인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삶의 행복지수가 낮으면 일상에서 오는 여러 가지 정신적 부담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내면에 차곡차곡 쌓여가다 어느 순간 분노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삶이 행복하지 않으면 본인에게는 자존감 훼손으로, 타인에게는 공감 부족으로 이어져 결국 개인과 사회 모두 큰 피해가 생긴다.

    내 삶을 즐겁게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선 나를 존중하자. 한국 사회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따라서 관계형성을 위해, 그리고 합당한 사회적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상당히 지쳐있다. 수고한 나를 위로하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지쳐 있는 나를 존중하는 첫 걸음이다.

    여유를 가질 준비가 됐다면 일과 삶의 균형을 잡아보자. 문화생활과 여가활동을 늘려서 육체적, 정신적 여유를 찾는다. 가을을 즐길 수 있는 공연, 행사,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좋은 책을 읽어 지성과 감성 키우기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수한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면 해당산업은 더욱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발전시킬 터이니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집 자투리 공간에 작은 텃밭을 가꾸거나 자격증 취득 또는 악기배우기 등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경남의 가을명소 방문해보기는 또 어떤가? 진주 수목원, 진해 내수면생태공원, 지리산 둘레길, 합천 홍류동 계곡, 함양 상림숲, 창녕 화왕산 등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이 산재해 있다. 가을풍경도 즐기고 이색 맛집도 찾아보고, 지역 특산품으로 평소 감사한 분들께 작은 선물로 마음을 전해본다. 몸과 마음에 활기도 되찾고, 지역 경기회복에도 일조하는 일이다.

    인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생 대부분을 소득획득 활동에 소모하는 생활인으로 산다. 하지만 인간은 존재 자체로 존엄한 자연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소득 확보 수단인 일에 열중하느라 자존감을 유지하는 삶에 소홀한다면 행복한 인생이 될 수 없다. 균형이 필요한 이유다.

    일제 강점기, 시인 이상화는 들을 빼앗겨 찾아온 봄을 누릴 자유가 없음을 한탄했건만, 오래전 되찾은 강산에 가을이 돌아와도 여유가 없어 스스로 누리지 않는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가을이 오면, 아니 계절이 변할 때마다, 내 삶을 소중히 여기며 매 순간 즐길 줄 아는 여유있는 한국인이 많아졌으면 한다.

    조기호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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