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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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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이재무

  • 기사입력 : 2015-10-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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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름지기 시인이란 연민할 것을

    연민할 줄 알아야 한다

    과장된 엄살과 비명으로 가득 찬

    페이지를 덮고

    새벽 세 시 어둠이 소복이 쌓인

    적막의 거리 걷는다 잠 달아난 눈 침침하다

    산다는 일의 수고를 접고

    살 밖으로 아우성치던 피의

    욕망을 재우고 지금은 다만,

    순한 짐승으로 돌아가 고른 숨소리가

    평화로운 내 정다운 이웃들이여,

    누구나 저마다의 간절한 사연 없이

    함부로 죄를 살았겠는가

    머리에 이슬 내리도록 노닐다가

    발부리에 걸리는

    돌 하나 집어 주머니에 넣는다

    ☞ 새벽 세 시. 순한 시간이다. 곤히 잠든 이의 얼굴을 바라보면 시간은 더 순해진다. 송아지 젖 빨리며 되새김질하는 암소 눈망울처럼 순해진다.

    샘물 같은 언어를 혈관 속에 집어넣고 다니는 시절도 있었다. 독야청청한 이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끌려 산정을 오르는 시절도 있었다. 입에서 폭포가 쏟아지는 시절도 있었다. 도끼를 들고 하늘을 패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되고, 식솔들 모두 자는 시간에 홀로 깨어 있는 아버지가 되고, 발에 차이는 돌멩이가 되고, 죄인이 되고….

    새벽 세 시를 걷는다. 간절한 사연으로 죄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순한 숨소리 골목에 자욱하다.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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