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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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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하호용 중식봉사나눔회 경남지회장

배고픔 겪어봤기 때문에 배고픈 사람 마음 잘 알지요

  • 기사입력 : 2015-10-0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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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부터 어른까지 좋아하는 음식 하면 짜장면이 아닐까 싶다.

    부모 잃은 아이들과 소년가장, 독거노인들은 짜장면이 먹고 싶어도 돈이 아까워 푸짐하게 먹지 못한다. 이들의 배고픔을 잘 아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집 주방장이자 사장들이다.

    창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화요리 음식점 사장들이 짜장면 나눔 봉사로 뭉쳤다.

    오로지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서 짜장면을 접대하기 위해서다. 조직 과시, 조직 자랑 같은 쓸데없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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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호용 중식봉사나눔회 경남지회장이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의 자신이 운영하는 중국식당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다./김승권 기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질 좋은 짜장면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할 뿐이다.

    사비를 털어 체계적으로 무료 짜장면 봉사를 한 지 5년이 됐다. 주축에는 중식봉사나눔회가 있었고, 기틀에는 하호용(60)씨가 있었다.

    중식봉사나눔회 경남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왜 짜장면 봉사에 인생을 바치고 있는 것일까.



    1년에 1만 그릇 나눔

    하씨가 회원들과 함께 직접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는 짜장면은 1년에 1만 그릇 정도이다. 매달 한 번씩 단체 또는 급식소 등을 찾아 현장에서 요리한다. 적게는 200명, 많게는 1000명에게 짜장면을 접대한다. 짜장면 나눔이라고 해서 딱 짜장면만 내놓는 게 아니다. 탕수육 또는 만두가 세트로 간다.

    “짜장면 한 가지만 어떻게 합니까. 탕수육과 만두도 기본으로 가야죠. 재료가 많다 보니 한 번 봉사를 하려면 주방장이 최소 10명, 차량은 4~5대가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하씨는 짜장면 봉사가 그렇게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짜장면 봉사하는 곳을 보여줬다. 창원시장애인복지관, 경남도장애인복지관, 중리종합사회복지관, 풀잎마을, 진해장애인복지관, 북면 성심원, 마산장애인복지관, 창원시직업재활센터, 장애인무료급식소, 금강노인복지관, 진해자은종합사회복지관, 요한의 집, 진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하씨를 비롯한 회원들은 자비를 들여 주기적으로 이곳에서 짜장면 무료행사를 연다. 봉사에 참여하는 중국집 사장들은 하루 가게 문을 거의 닫다시피 한다.

    “봉사하는 사람들은 전부 다 자기 업을 접어 놓고 옵니다. 보통 오전 10시 30분부터 봉사를 하지만 준비는 새벽 4시부터 시작합니다. 현장에 가서 면이 퍼지면 안 되기 때문에 즉석해서 삶아 드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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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배고픔 더 잘 알아”

    하씨가 짜장면 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자신이 배고픔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4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7살 때 아버지를,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남은 가족들의 생활은 처참했다. 생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중국집 배달이었다.

    “40여 년 전에 먹고살기 힘들어 벌이를 해야겠다 싶어 중국집에 들어가게 됐죠. 다른 기술이 없어도 배달을 하면 입을 덜 수 있으니까요. 밥은 먹을 수 있어 먹는 건 해결되니까요. 하루 1000원을 받고 일했어요.”

    그러다 요리를 조금씩 배우게 됐고, 창원에서 중국집을 차리게 됐다.

    “저도 그렇지만 중국집 사장님들 대다수가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생활고의 고통을 잘 아는데 다른 배고픈 사람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봉사를 해야겠다는 애틋한 마음의 싹이 튼 것이죠.”

    하씨는 자신도 모르게 봉사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만둘 수가 없기에.

    “자꾸만 봉사에 매료가 됐죠. 봉사는 한 번 가고 안 가면 안 되잖아요. 한 번 가면 꼭 다시 가야 했죠. 저를 기다리는 사람이 항상 그곳에 있기 때문이죠.”

    하씨의 짜장면 봉사는 지역민에게 보답하겠다는 뜻도 있다.

    “중식인들이 식당업을 한다는 것은 지역민들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지역민들의 도움이 받아 제 자녀를 키우고 이렇게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역민들을 위해서 뭔가 뜻깊은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봉사를 한 이유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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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는 사람은 더 많다”

    하씨의 짜장면 봉사는 사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창원 도계동 지역 중국집 사장들과 계모임 형태로 봉사를 했다. 20년 정도가 된 셈이다. 당시 봉사활동은 불규칙적이었다. 2009년 창원지역 중화요리 연합회가 결성되면서 체계를 갖춰 갔다. 처음 7명이 시작했던 봉사는 현재 400명의 회원이 참여할 정도로 커졌다.

    하씨는 더 많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짜장면 혜택을 주고 싶다. 그러나 재정이 많지 않아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1년에 10곳에서 무료 봉사를 해도 재료비만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으지만 한계가 있다. 마음이 아프다.

    “오라는 데는 너무 많은데 재정적 문제 때문에 못 가고 있어요. 재능기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데 안타까울 뿐이죠.”

    중식봉사나눔회의 목적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인간다운 삶과 더불어 기초적인 영양 제공에 따른 무료음식을 드리기 위한 모임으로서 사회봉사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협의, 조정, 협력의 기능을 수행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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