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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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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 신속굴기(迅速?起)- 빠르게 우뚝 일어나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10-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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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8년 등소평(鄧小平)이 ‘고양이가 검은색이든 흰색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黑猫白猫論)’는 구호를 외치며 개혁개방을 시작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소식을 자주 접하다가 1989년 10월 중국을 처음 방문했다. 북경 공항에서 시내까지 도로가 아직도 가로등도 없는 2차선인 것을 보고 ‘개혁개방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계학국제학술대회를 인민대학(人民大學) 주관으로 개최했는데, 당시 누가 복사할 일이 있어 복사기가 어디 있는지 물어 보니 (필자가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전 대학에 복사기가 두 대밖에 없다고 했다.

    1994~95년 북경사범대학에 있으면서 들었는데, 당시 그 대학도 팩스기가 총장실과 유학생 사무처 두 곳밖에 없다고 했다. 교수들 가운데 개인용 컴퓨터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1999년까지만 해도 북경대학 등 모든 대학의 전화를 교환원이 연결해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은 아직 우리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2008년도에 북경과 천진 사이에 고속전기철도가 개설되어 시속 300㎞로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다. 10년도 안 된 사이에 중국 대륙에 고속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고속철건설공사의 해외진출도 적극적이다.

    이번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인도네시아 고속철 건설 공사를 땄다. 중국은 이미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 수도에서도 중국산 전기철도 운행을 시작했다.

    중국과 아르헨티나의 전기철도 계약은 중국 전기철도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중국은 아르헨티나와 지난해 약 10억달러(약 1조24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지난 2009년부터 유라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각각 고속철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남미, 아프리카까지 진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를 중국산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현재 20여개 국가들과 중국 고속철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2010년 ‘좁쌀 죽을 먹으며 시작한다’는 뜻의 상표를 가진 ‘샤오미(小米: 좁쌀)’라는 상표로 시작한 중국산 스마트폰 ‘샤오미’가 이제 판매량에 있어서 삼성을 앞섰다. 대표적인 짝퉁 상품으로 천대 받았지만, 앞서 나온 모든 제품의 장점을 다 흡수하여 성능이 좋은 데다 가격이 반값이니 전 세계 누구나 선호하게 됐다. 제품개발과 경영방식에 있어 고객들의 의견을 즉시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입되고 있고, 전문판매장도 생긴다.

    중국은 이제 제조업뿐 아니라 첨단산업에서도 세계 제일로 가고 있다. 중국에 대응하는 우리는 다시 분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이렇게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우뚝 일어나는 것은 기초학문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교수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가르치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한 효과가 이제 산업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迅 : 빠를 신. *速 : 빠를 속.

    * : 우뚝할 굴. *起 : 일어날 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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