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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창원시 사림동·신월동·용호동 ‘작가 로드’ 탐방

골목길 속 창작의 길
주택가 골목길 곳곳 37개 작업실
집세 싸고 도심 가까워 하나둘 모여

  • 기사입력 : 2015-09-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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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들은 어디에서 작품활동을 할까. 작업실은 어떤 모습일까. 미술작품을 보면서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든 적 있나요.

    작업실은 작가들이 치열한 고민과 실험 끝에 예술작품을 탄생시키는 ‘창작의 산실’입니다. 창원시 의창구에 이런 작업실이 모여 있는 ‘작가 로드’가 있다는 얘길 듣고 한번 찾아가 봤습니다.

    예술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더군요. 놀랍게도 그들의 작업실은 제가 평소 무심코 지나다니던 골목길 곳곳에 있었습니다. 볕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가 대부분이라 눈에 띄지 않아서 몰랐던 거죠.

    사림동과 신월동, 용호동에 산재해 있는 작업실들. 그곳을 찾아 미술인들의 창작현장을 직접 들여다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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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로드’ 작업실 현황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과 신월동, 용호동 주택가 골목길에는 현재 37곳의 작업실이 있다. 서양화·한국화·조각·공예·토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하나둘 둥지를 틀면서 자연적으로 ‘작가 로드’가 형성된 것이다. 작업실은 혼자 쓰기도 하고 2~5명이 공동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 주위로 자연스레 액자가게와 화방이 들어섰다.

    이 지역에 작가들이 모여든 이유는 뭘까. 이곳은 반지하가 많은 주택가로, 작업실 규모에 비해 집세가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또 미술관, 갤러리 등 인근에 전시공간이 많을 뿐 아니라 도심과 가까워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창원대, 도립미술관과 인접한 사림동은 작업실이 가장 밀집한 곳이다. 18개 공간에서 30여명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30대 젊은 작가들의 공동작업실이 서너 곳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월동 작업실은 13곳 정도 된다. 조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인근 사파동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용호동의 경우 최근 가로수길 개발로 작가들이 다른 지역으로 많이 옮겨갔다. 10여 곳에 이르던 화실은 현재 6곳으로 줄었다. 급등한 집세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가들이 부담하고 있는 월세는 평균 30~40만원 선. 전기세 등 관리비를 포함하면 5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정해진 월수입이 없는 작가들에겐 매달 나가는 임대료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서양화가 A씨와 B씨는 용호동 가로수길이 개발되면서 10년 가까이 쓰던 작업실을 떠나야 했다. 30만원 하던 월세가 150만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그곳에는 꽃집과 카페가 들어섰다.

    신월동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C작가는 최근 집주인이 바뀌면서 쫓겨나듯 작업실을 옮겼다. 그는 “들어올 때 몇백만원을 들여 시설투자를 했는데 무용지물이 됐다. 주인이 비우라고 하면 세입자인 우리는 짐을 쌀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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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화가 김재호씨가 창원시 신월동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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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호 작가의 작업실 내부.
    “집세 부담… 비용 아끼려 리모델링까지 스스로 하죠”

    ◆신월동 작가로드 탐방

    ‘신월동 터줏대감’ 서양화가 김재호씨의 안내로 지난 17일 오후 신월동 작가 로드를 걸어봤다.

    작업실 대부분이 반지하나 상가건물에 위치한 데다 문패나 팻말이 없는 곳이 많아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웠다.

    문이 잠긴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창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들은 예고 없이 불쑥 찾아간 불청객을 반갑게 맞아줬다. 가끔 지나가던 행인들도 들어와 이것저것 묻곤 한단다.

    작업실 내부에는 다양한 창작도구와 재료들이 흩어져 있고, 한쪽엔 작업 중인 작품과 완성작들이 놓여 있다. 거창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창작을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고, 작가의 작업방식과 개성에 따라 공간의 쓰임이 달랐다.

    다음은 길을 걸으며 김재호 작가와 나눈 대화 내용.

    -신월동에 온 지는 얼마나 됐나.

    ▲1994년에 자리를 잡았으니 20년이 넘었다. 아마 신월동에서 작업실을 연 건 내가 처음일 거다.

    -이곳에 작가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

    ▲주변이 주택가이기 때문이다. 주택가 반지하는 가격이 싼 데다 조용해서 오롯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다.

    -작업실은 어떻게 꾸미나.

    ▲공간을 얻어도 처음엔 엉망이다. 보통 페인트칠부터 벽지, 바닥까지 직접 손본다. 리모델링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의자나 책상 등 가구는 중고를 쓴다. 쓸만한 물건은 주워오기도 한다. 예술인들의 주머니는 그리 넉넉지 않다.

    -작가들에겐 집세가 큰 부담일텐데.

    ▲집세도 집세지만 주인이 바뀌어 갑자기 나가라고 할 때가 가장 막막하다. 나도 네 번을 옮겨다녔다.

    -임대료가 저렴한 대신 치러야 할 대가도 큰 것 같은데.

    ▲맞다. 지하실 특유의 냄새는 익숙해진 지 오래다. 특히 여름엔 습기 때문에 애를 먹는다. 매년 곰팡이와 전쟁을 치른다. 제습기도 소용없다.

    -신월동 일대 작업실을 꿰고 있는 것 같은데.

    ▲인근에 있는 작가들은 서로 잘 알고 지낸다. 차를 나누며 머리를 식히기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고충도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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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가인 마산대 황무현 교수가 창원시 사림동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가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술인들의 자유로운 창작공간, 문화콘텐츠로 활용해야”

    ◆황무현 마산대 교수·조각가 인터뷰

    20여년 전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흔치 않던 시절, 작가들은 전시공간에 목말라 있었다. 이때 젊은 예술인들을 주축으로 사림동에 대안공간 마루가 생겼다. 마루는 미술가들의 공동운영 화랑으로 지역민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이다. 마루의 창립멤버이자 현재 사림동에 작업실을 갖고 있는 황무현 마산대 아동미술교육과 교수 겸 조각가를 만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골목길 작가 로드의 가치와 활용법에 대해 물었다.

    -언제 이곳에 정착했나.

    ▲지금의 공간에 자리 잡기까지 주변 서너 곳을 옮겨다녔다. 한 공간을 4~5명이 함께 쓰기도 하고 독립해 혼자 지내기도 했다. 그러다 10여년 전 이곳에 왔다. 가내공업하던 곳을 리모델링해 쓰고 있다. 문을 개방형으로 바꿔 작업실이 들여다보이도록 했다.

    -작가 로드는 어떤 곳인가.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형성됐다. 이곳은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해 고뇌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골목이다. 인위적으로 공간을 만들어 작가들을 채운 창동예술촌과는 다르다.

    -이곳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려면 작업실이 예술가의 창작공간으로만 머물러선 안 된다. 창작과 소비가 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업실 입구에 간판을 달고, 작품을 진열할 수 있는 쇼윈도를 만들어야 한다. 쉽게 말해 작은 갤러리와 작업공간이 함께 있는 형태다. 또 창작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작업실을 개방하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작업실 탐방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 작품을 팔 수 있는 아트마켓도 필요하다. 지자체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작가들의 소통 의지도 중요해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통은 사고파는 행위에서 비롯된다. 그러려면 예술가들도 거래할 수 있는 작품, 팔리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구매자들의 욕구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작가들도 건강하게 자신을 상품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글·사진= 강지현 기자 press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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