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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노사타협(勞使妥協)- 노동자와 사용자가 알맞게 협조하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09-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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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물은 상대적 구조로 돼 있다. 양(陽)과 음 (陰), 하늘과 땅, 낮과 밤, 물과 불,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등등. 이 두 가지는 서로 대립하는 것 같지만,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하늘에서 햇빛과 비를 내려줘도 이를 수용할 땅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낮만 계속되고 밤이 없으면 활동도 많이 하고 좋겠다 싶겠지만, 낮만 계속되면 사람이고 동물이고 쉬지 못해 다 병들어 죽고 만다.

    두 가지 사이에는 적절한 균형이 잡혀야 가장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맑은 날만 계속되면 모든 식물은 다 타 죽고 만다. 결국 사람이나 동물이 살 수가 없다. 반대로 비만 계속 내리면 식물은 다 썩어 없어지게 된다.

    상대적인 구조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를 주자(朱子)는 ‘대대(對待)’라는 말로 설명했다.

    기업가와 노동자 사이의 관계가 대표적인 대대관계(對待關係)라 할 수 있다. 자본이 많은 사람이 기업을 하고 싶어도 일해 줄 노동자가 없으면, 기업을 운영할 수가 없다. 노동자도 일하고 싶어도 일할 기업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한 관계다.

    기업가가 노동자를 착취하고 자신의 이익만 취한다면, 그 회사는 오래 갈 수 없다. 반면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요구해도 기업이 정상적으로 경영될 수가 없다.

    1980년대 말까지는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부터는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중에는 지나친 요구를 해 문제가 된 노동단체도 없지 않았다. 기업의 형편과 상관없이 계속된 임금 인상 요구,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요구, 자기 자녀에게 자리를 세습하겠다는 요구, 능력과 상관없이 종신 신분보장 요구 등등이다.

    이미 자리를 잡은 노동자들이 이러한 요구를 하자, 회사는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기를 두려워해, 비정규직을 계속 늘려 나갔다. 따라서 청년들의 취업이 점점 어렵게 됐다. 여러 가지 문제가 많던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협의가 13일 마침내 타결됐다. 그동안 쟁점이 됐던 ‘일반해고 기준과 절차의 명확화, 취업규칙 변경 완화’ 문제에 대해서 노동계가 정부의 절충안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합의문에는 노사정 협력을 통한 청년 고용 활성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통상임금 명확화, 근로시간 단축, 임금체계 개편 등 3대 우선 현안과제 등 노동개혁에 필요한 의제들이 폭넓게 포함됐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기업도 숨통을 트고 노동자들도 손해를 안 보고,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도 알맞은 자리에 취업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勞 : 수고로울 로. * 使 : 부릴 사. * 妥 : 편안할 타. * 協 : 맞을 협.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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