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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먹으면 수명을 갉아먹는다?- 허영(축산물품질평가원 원장)

  • 기사입력 : 2015-09-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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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식사회, 뉴미디어와 더불어 정보의 유통이 더욱 빨라진 현대에서는 정부3.0이라는 정책까지 있을 만큼 지식계층 간의 벽이 사라졌다. 누구나 정보에 접근하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 그렇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자칭 타칭 ‘전문가’들이 많다. 축산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먹방’이나 ‘쿡방’의 유행 속에 SNS를 봐도 TV를 봐도 ‘고기 맛은 내가 좀 알지’ 하는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이들이 정말 제대로 아는지, 그리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대표적 폐해가 잘못된 축산정보의 확산 속에 곡해된 우리 축산물과 축산업 환경이다. 요즘 같아서는 고기를 먹으면 내 수명을 갉아먹게 될 것만 같다. 방송에서는 ‘마블링의 음모’라고 하고, 인터넷·신문에서도 육식의 인체 유해성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고기, 특히 마블링이 좋은 쇠고기는 콜레스테롤 덩어리로 성인병의 온상인 것 같아 먹기 겁난다. 문제는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지만 이렇게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확산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게다가 이런 주장이 대세를 이루게 되니 진실은 이해관계로 포장한 거짓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마블링’이라고 불리는 쇠고기 근내지방은 현재 ‘포화지방의 결정체’로서 치부된다. 그리고 몸에 좋지도 않은 이 지방덩어리를 만들기 위해 농가에서 가둬놓고 곡물사료를 먹이며 동물복지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율에 차이가 있을 뿐 고기에 함유된 동물성지방이 모두 포화지방은 아니다. 특히 ‘마블링’과 더불어 평가절하되고 있는 쇠고기, 그중에서도 한우는 불포화지방산이 포화지방산보다 많다. 고기의 맛과 영양을 좌우한다고 알려진 올레인산도 48% 함유돼 있는데, 이는 미국산(42.5%)이나 호주산(31.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마블링을 잘 내자면 소에게 고열량 곡물사료만 계속 먹여서는 절대 안 된다. 온갖 축산기술을 총동원해 개량하고 성장단계에 따라 사양관리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축산농가들은 밀려드는 수입산과의 경쟁에 지지 않을 질 좋은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IT 접근성이 떨어질 것 같지만 정부3.0 정책에 따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eKAPEPIA’의 가격통계나 출하지원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며 본인의 출하패턴이나 등급판정 데이터를 분석해 농가 관리에 반영하기도 한다. 물론, 축산 분야에는 소비자를 위해 개방된 정보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 앱 ‘안심장보기’나 ‘축산물이력제’를 활용해 이력정보를 확인하면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좀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맘편한 서비스’를 통해 우리 아이가 학교 급식으로 어떠한 축산물을 먹는지 확인해볼 수도 있다.

    지식과 정보, 데이터는 다르다. 지식, 더 나아가 지혜는 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활용해 사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쌓은 지식이 생산농가에게는 생존의 길을 열어줄 것이며, 소비자에게는 현명한 소비를 위한 노하우가 되어줄 것이다.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는 데이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을 골라 이용할 줄 아는 현명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허 영 (축산물품질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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