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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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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위국헌신(爲國獻身) -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09-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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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서 사병으로 생활해 본 사람은 제대가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훈련소에 들어가면 조교들이 ‘군인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외치게 만든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몸이 아프거나 다치거나 하면 더욱 괴롭다. 사사롭게 기합을 가하거나 구타를 하는 일이 옛날에는 빈번했다.

    3년을 무사히 지내고 제대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제대 말년에 조심하라”는 말이 늘 있었다. 필자가 근무하던 인근 부대에서 제대를 며칠 앞둔 고참 병장이 심심하기에 땔나무하는 데 따라 갔다가 쓰러지는 큰 나무에 맞아 즉사한 일이 있었고, 제대한다고 외출 나갔다가 기분 좋게 술 한잔한다는 것이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민간인 성폭행사건을 일으켜 고향집이 아니라 군대 감옥에 간 일도 있었다.

    사병들은 제대를 앞두고 정말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좋은 일은 감각의 시간으로는 빨리 다가오지 않는 법이다. 어떤 고참병사는 6개월 전부터 달력에 하루 하루 지워나가기도 하고, 어떤 병사는 저녁마다 졸병에게 “나 제대 며칠 남았지?”라고 질문하면, 졸병이 “57일 남았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게 해 확인하기도 했다. 모두가 정말 간절하게 기다려진다는 것의 표현방식이었다.

    그러나 사병들 제대는 매일매일 내보내는 것이 아니고, 1주일 단위로 끊어 보내는데, 약간 유동적으로 며칠씩 길었다 짧았다 한다. 자기와 같은 날 입대한 동기라도 군번 순으로 1주일 단위로 끊다 보니, 자기 바로 앞의 사람은 1주일 전에 제대해 나가는데 자기는 1주일 뒤에 나가게 되는 경우 매우 억울해한다. 또 1968년 북한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이 있은 이후로 사병들의 전역이 무기한 연기된 적이 있었다.

    지난 8월 20일부터 북한과 긴박한 대치상황이 됐을 때 곧 전역을 앞둔 사병들 가운데 전역 연기를 신청한 병사가 80여명이나 됐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요즈음 젊은 세대로 구성된 군대는 군기(軍紀)도 없고 사기도 없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더욱 합리적이고 냉정한 면이 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최전방 군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전역을 늦추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목숨 아깝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이런 결단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SK 등 몇몇 기업에서는 이런 병사들을 본인이 희망하면 특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치겠다는 병사들을 알아주고 우대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일을 볼 적에 우리나라는 앞으로 크게 희망이 있다.

    *爲 : 위할 위. *國 : 나라 국.

    *獻 : 바칠 헌. *身 : 몸 신.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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