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사람속으로] 40여년을 산에서 밤과 함께한 합천 전용원씨

"밤과 함께한 외길, 최고의 보물 찾아냈죠"

  • 기사입력 : 2015-08-27 22:00:00
  •   
  • 밤이 잘 되기로 소문났다는 합천군 삼가면 용흥리.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전용원(71) 경남도율림회(栗林會) 회장은 대뜸 “무슨 베리류라 해서 많이들 심지만, 지금 산에서 소득을 올리는 것 중에는 밤만한 게 없다”고 잘라 말한다.
    메인이미지
    전용원씨가 청년시절부터 혼신의 힘을 쏟아서 일군 밤나무 농장에서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했다.

    그는 맏이였다. 고교를 졸업한 직후 자연스럽게 부친의 농사를 이어받았다. 당시 이 지역에서 고학력자에 들었던 그는 틈틈이 마을 부녀자들을 상대로 야학을 열어 한글을 가르치는 등 농촌계몽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회장님 덕에 까막눈 신세를 면했다’며 인사하는 분들이 있어요.”

    이때는 그가 새로운 농사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던 시기이기도 했다. 마침 정부는 놀리는 임야에 밤나무와 은사시나무 등을 심도록 권장하고 있었다. 산에서 소득을 올리는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한 그는 일본 수출 전망이 밝은 밤나무를 심기로 작정했다.

    그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8만㎡ 임야에 밤나무 3000여 그루를 심었다. 나무를 심는 데만 꼬박 4년이 걸렸다. 퇴비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나르며 나무를 심었다. 겨울에는 어린 나무가 동해를 입지 않도록 모두 짚으로 둘렀다. 지금 그 나무들은 수령이 40년을 넘긴 큰 나무가 됐다. 밤 수확량도 연간 15t에 이를 만큼 풍성해졌다.

    “무슨 농사든, 거기에 온몸을 던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소도 키우고 있긴 하지만, 저는 밤밭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봄에는 퇴비를 넣고, 여름이 갈 때쯤이면 풀을 벱니다. 그래야 밤을 줍기가 수월하니까요. 또 가을에 수확이 끝나면 가지치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가지치기를 하거나 풀을 베는 등 밤 농장에서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밤나무 재배도 재배이지만,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새로운 품종 개발이었다.

    용흥리에 밤농장을 일굴 당시, 그가 심은 나무는 단택, 이평, 축파 등 대개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들이었다. 품종별로 알이 크다든지, 저장성이 좋다든지, 단맛이 강하다든지 하는 장점들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품종들이 그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다. 인력이 부족한 농촌현실을 감안하면 밤알이 더 커야 했다. 그러면서 조생종이라야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새 품종을 찾아내야 한다.’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십수 년 전, 그는 우량 수종이 있다는 말이 들리면 의령이나 산청, 함양 등 경남권은 물론 전국 어디든 달려갔다. 직접 나무를 보고, 접붙일 어린 가지인 순을 떼왔다.
    메인이미지
    전용원씨가 자신이 개발한 신품종 밤나무로 접을 붙인 묘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전국에서 떼온 순으로 접을 붙인 묘목만 수백 본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자란 나무 중 우수한 나무를 골라 끊임없이 접붙이기를 반복한 끝에 최종적으로 뛰어난 품종의 나무 세 그루를 얻었다. 그는 이 가운데 두 그루의 이름을 원광 1호, 나머지 한 그루를 원광 2호라 불렀다. 수확 시기가 일주일쯤 차이 나서, 편의상 1호와 2호로 구분했다.

    “유독 밤알이 굵고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줄기마름병 등 병충해에도 강한 나무들이었어요. 제가 찾아낸 최고의 보물들이죠.”

    수확 시기도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라 경제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원광을 지난 2014년 3월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 품종보호 신청을 했다. 품종보호 등록에는 출원 이후 2년가량이 걸린다.

    그는 지금 밤톨이 큰 기존의 나무, 즉 대목(臺木)에 접수(接穗)인 원광을 접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순을 뗄 수 있는 원광 밤나무를 이미 100여 그루 육성했고, 이를 통해 접붙이기를 마친 묘목이 4000그루가량 된다.

    “우선 제 농장의 밤나무를 원광으로 수종 갱신을 해야죠. 그러면 대량으로 접붙이기가 가능해지죠. 올해에는 수천 그루에 그치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접목한 묘목의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 봅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우량 밤나무인 원광 1호와 2호를 전국적으로 보급하는 꿈을 갖고 있다.

    “우리 합천지역만 해도 그래요. 이 지역 밤은 당도가 높고 알이 단단해서 저장성도 좋아요. 그러나 나이가 많은 나무들이 많아서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요. 이참에 제가 새로 개발한 밤나무를 포함해서 우량 품종들로 수종을 갱신해, 합천 나아가서 경남의 밤 산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는 욕심을 갖고 있어요.”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농장 내에 교육시설을 건립, 자신의 농장을 밤 재배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만 하더라도 합천군산림조합 주최 산림경영지도자의날 행사 등을 계기로 이미 180여명의 임업인들이 밤 재배기술을 배우기 위해 그의 밤밭을 다녀갔다.

    글·사진= 서영훈 기자 float21@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서영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