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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 앞에서 당당해지는 법

[미술작품 즐겁게 감상하는 법] 작품이 건네는 말, 가슴으로 먼저 들어봐요

  • 기사입력 : 2015-08-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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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열린 ‘카오스 투 테크네’전./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미술작품 앞에 서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와닿지 않을 때나 추앙받는 작가의 작품이 도저히 뭘 그린 것인지 이해가 안 될 때가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는 작품을 보고도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내가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에 주눅이 들고 조바심이 생긴다.

    미술관에 가면 왠지 못 올 데를 온 사람처럼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차갑고 도도해 보여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미술작품을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할 수는 없을까. 최정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관장의 도움으로 미술작품 감상법에 대해 알아본다.


    미술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은 필요하지만
    작품 관람 전 너무 많은 정보를 알고 가면
    선입견 때문에 자기 방식대로 보기 힘들 수도

    작품은 보는 사람과 교감을 통해 생명을 얻어
    모든 사람 똑같이 이해되는 작품은 죽은 것
    사전정보 없이 가슴으로 보면 안목도 높아져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할 때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 간단한 느낌을 물으면
    창의성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발달시키는 효과


    ☞미술작품, 아는 만큼 보인다?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미술 이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술사 강좌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미술 관련 서적의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이론적 지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미술은 음악이나 영화와 달리 배경지식 없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순수하게 좋아하기 어려운 장르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미술은 상대적으로 머리로 즐겨야 하는 부분이 크다.

    미술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사나 미술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미술작품은 그 작품이 놓인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또 이전 작품이나 그 이후 작품들과의 관계 속에서 위대해진다. 일례로 추상미술의 포문을 열었던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 걸작이 된 것은 원근법에 근거한 리얼리즘 예술과 단절하고 이후 오게 될 현대미술의 추상의 경향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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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크 양식의 특징이 잘 나타난 ‘다윗과 골리앗’은 동성애자였던 카라바조가 젊은 애인에게 버림받았던 경험을 성서 속 이야기로 빗대 표현한 것이다.

    ☞이론으로 무장한 머리… 아는 것만 보인다

    최근 미술관에는 미술이론 강좌, 리플릿 비치, 오디오 가이드 등 관람객들의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전시 해설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런데 작품에 대한 많은 설명들이 과연 예술작품을 즐기고 이해하는데 꼭 도움이 될까?

    최정은 관장은 작품 관람 전 너무 많은 정보를 알고 가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작품에 대한 많은 정보가 제공될수록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시야는 오히려 좁아진다. 이미 듣고 읽은 정보에 사로잡힌 관람객은 그 이상의 것을 느끼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선입견 때문에 작품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보기가 힘들게 되는 것이다. 작품을 보기 전 너무 많은 정보를 취하는 것은 자칫하면 ‘미술, 아는 것만 본다’가 될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미술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은 한편으로는 작품 보는 안목을 키워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에 대한 순수한 감성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로 무장된 눈앞에서 미술작품은 한갓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확인시켜주는 사례로 전락해 예술로서의 생명력을 잃을 수도 있다.

    최 관장은 “미술은 이론적 지식이기 이전에 예술이다. 미술작품과 만날 때 중요한 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그것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영혼과의 교감을 통해 생명을 얻게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정보로 이해되는 작품은 이미 예술로서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예술은 말로 설명될 수 없는 더 큰 부분이 존재한다. 말로 설명될 수 없는, 즉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그 부분이 예술에 있어서 더 본질적인 측면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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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작품은 그 작품이 놓인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1907)이 걸작이 된 것은 리얼리즘 예술과 단절하고 현대미술의 추상 경향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작품, 가슴으로 먼저 만나라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할 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해보자. 작품과 처음 대면할 땐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먼저 가슴으로 만나보자. 그래야 작품이 건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작품과 선입관 없는 순수한 눈으로 설레는 첫 만남을 가졌다면, 그 후에 그 작품과 작가에 대한 여러 이론적인 지식들을 정리해보자. 이후 다른 새로운 작품을 대면할 때에도 작품에 대한 경험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 이렇게 작품과 가슴으로 만나고 그 이후에 작품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미술에 대한 안목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작품에 대해 너무 많은 설명을 하는 것은 아이의 상상력이 발휘될 기회를 막을 수도 있다. 

    최 관장은 아이가 작품으로부터 받은 인상이나 느낌을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작품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아이 손을 잡고 미술관을 걸으며 ‘이 작품을 보니까 어떤 기분이 드니?’ ‘이건 무엇을 닮은 것 같아?’와 같은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자. 작품과 가슴으로 만날 수 있도록, 작품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아이에게 여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아이의 감성과 창의성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발달시키는 훨씬 더 좋은 감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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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함께 작품을 관람할 땐 작품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보다 아이가 작품으로부터 받은 인상이나 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전통적인 미술사 해석의 방법론

    예술작품에 대한 형식과 내용에 대한 감상법은 미술 비평과 해석의 주요 관점이 된다. 먼저 작품에 대한 형식 분석은 색채, 형태, 구도, 명암 등과 같은 세부적인 것에 대한 분석부터 양식(style) 분석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외적인 형식을 대상으로 한다.

    내용 분석은 그림과 관련된 텍스트나 문헌자료에 의거해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인데,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기의 종교, 신화, 역사 등을 다룬 작품들을 해석하는 데 유용하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더하자면 작가의 생애와 경험에 의거해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이다.

    17세기 바로크의 거장 카라바조의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작품을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방법으로 해석해보자.

    우선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 작품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극단적인 명암 대비를 통해서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바로크의 양식적인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어린 소년 다윗이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골리앗의 머리에 새총을 쏘아 맞춰 쓰러뜨린 다음 골리앗의 검을 빼어 그의 목을 베었다는 성서 속 이야기는 내용 분석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동성애자였던 작가의 경험에 빗대 해석하자면, 카라바조는 젊은 애인으로부터 버림받았던 경험을 이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골리앗의 얼굴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넣음으로써 애인에게 받은 정신적인 상처와 심리적인 패배를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해석 방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이야기했듯 이제 작품 해석의 주도권은 작가로부터 관람자에게로 넘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신미술사 방법론이라고 하는 최근의 새로운 미술해석의 방법들은 다양한 사상과 철학적 관점을 수용해 작품에 대한 폭넓은 해석과 비평을 시도한다.

    강지현 기자 press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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