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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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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북방의 장미, 태국 치앙마이

왕국의 숨결이 살아숨쉬는 물의 도시

  • 기사입력 : 2015-08-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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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걸어가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이 되니 태국여행에서 물벼락을 맞던 쏭끄란 축제가 떠오른다. 원없이 평생 맞을 물을 다 맞고도 마냥 좋아서 홀딱 젖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태국 쏭끄란 축제.

    쏭끄란은 매년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지는 태국 최대의 축제이자 설날이다. 태국의 물 뿌리기 축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원래 쏭끄란은 미얀마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태국 이외에도 미얀마, 라오스 중국남부의 소수민족까지 쏭끄란은 새해의 풍습으로 계승돼 오고 있다.

    태국은 서양식 근대화 정책에 따라 1월 1일이 새해로 규정됐지만 우리가 음력 설을 즐기는 것처럼 쏭끄란은 여전히 태국인들에게 최대의 명절인 셈이다. 쏭끄란은 불상을 물로 씻어 정결히 하는 불교 행사에서 시작돼 태국의 대표적인 물 축제로 발전됐는데 태국 전역이 쏭끄란 시기에는 물 축제로 떠들썩하지만 그중에서도 치앙마이 지역의 쏭끄란이 원조로 꼽힌다. 가장 오랫동안 쏭끄란 축제를 즐겨온 도시이자 정사각형 모양의 해자가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물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태국 북방의 장미라는 별칭이 있는 치앙마이는 700년 역사 ‘란나타이 왕국’의 수도였다. 과거 왕국의 수도여서 그런지 수도 방콕의 번잡함과는 다르게 고즈넉함이 느껴졌는데 아마도 치앙마이가 큰 정사각형의 성곽으로 둘러 쌓여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성곽을 중심으로 삥강이 흐르고 해자가 구시가를 감싸고 있는데 치앙마이 곳곳에는 고고학적 가치가 뛰어난 유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치앙마이 성곽에는 정사각형의 사변마다 문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성벽을 둘러싼 해자의 중심이 되는 쁘라투 타패가 가장 크고 중요한 문이다.

    그리고 성곽 안쪽에는 왓프라싱, 왓 체디루앙, 왓 치앙만 등 역사적인 사원들까지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 물 축제 외에도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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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 체디루앙 사원.

    새해가 시작되자 쁘라투 타패 앞에서부터 불상행렬이 이어졌다. 오픈식 카에 불상을 싣고 카퍼레이드가 끝없이 이어졌는데 태국인들은 그 행렬에 물을 뿌리기도 했고 지나가는 불상에도 물을 끼얹었다. 프레이드 행렬에는 남녀노소, 트렌스젠더, 소수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근데 가만히 보니 물만 끼얹는 게 아니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무슨 말이냐고 태국인에게 물어보니 싸왓디 삐마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했다. 그냥 단순히 물을 뿌리는 게 아니라 “싸왓디 삐마이”라고 말하면서 물을 뿌려줘야 더 현지인처럼 새해와 축제를 즐기는 팁인 거다. 난데없이 물 한 바가지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왔다. 드라마에서 싸울 때 물 끼얹는 모습만 봐서 기분이 나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전투력이 상승했다.

    이렇게 당할 수 없다는 마음에 나 역시 물총도 쏘아보고 바가지로 끼얹어 봤지만 매번 정확도가 떨어졌다. 현지인들의 바가지 물뿌리기 신공에 경외심까지 들 정도였다.

    물 축제가 아니라 외국인과 태국인들의 물 전쟁이었다. 태국인들은 정말이지 전문가적인 스킬로 백발백중 적중률을 자랑했고 반면 외국인들은 아무리 힘껏 뿌려도 사람이 아닌 길바닥으로 향했다.

    물바가지 적중률에서 확률이 떨어지자 나는 트럭에 물통을 싣고 다니는 차에 히치 하이킹을 시도했다. 차에 올라타서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에게 물을 뿌리기로 작전을 바꾸었으나 이건 대실패였다.

    왜냐하면 난리 블르스 물 축제 현장으로 인해 차들은 거의 기어 가는 수준이었는데 달려와서 물 폭탄을 선사하고 도망을 가버리니 오히려 트럭에서는 손 한 번 못 써보고 그냥 쉼없이 물벼락의 연속이었다.

    몇 시간 동안 한바탕 물 전쟁을 치르고 나니 배도 고프고 얼음물 샤워에 심지어 으슬으슬 춥기까지 했다.

    이렇게 더운 나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태국식 고기 국수가 어찌나 맛나던지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도 모자라 세계 3대 스프 중 하나인 똠양꿍과 파인애플 볶음밥, 피시소스로 간을 한 태국식 샐러드인 쏭땀. 그리고 태국인들의 국민 술 쌩쏨까지 시켜 먹으니 절로 행복해졌다. 태국은 다양한 맥주들이 외국인들에게 유명한데 현지인들은 40도 정도 되는 보드카 쌩쏨을 철 미니 양동이에 가득 붓고 얼음과 탄산수, 에너지 드링크, 콜라 등을 취향대로 섞어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빨대로 마셨다. 함께 물총을 쏘며 방금 전까지 적이었던 현지인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빨대를 빨며 마시는 쌩쏨 또한 독특한 태국 문화였다.

    쏭끄란 기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사원을 찾아 기도를 드리기도 하는데 꼭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태국의 문화를 느껴보기 위해 잠시 시간을 내어 사원을 참배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길거리는 물 싸움으로 난리 법석이지만 사원 안에는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스님들의 독경 소리, 불상에 정화수를 뿌리며 기도하는 이, 경건하게 참배하는 태국인들로 가득했다. 원래도 기대를 하고 찾은 쏭끄란 축제였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상상 이상의 즐거움이었다. 처음 보는 사이에도 거침없이 물을 끼얹고, 이제 막 도착해서 아무 준비 없이 길을 걸어가던 배낭을 맨 여행자에게도 예외는 없다.

    하지만 신기할 정도로 그 누구 하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다. 심지어 장사하는 가게들조차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차림 그대로 가게에 들어가도 싸왓디 삐마이라고 말하며 웃으면 반겨준다. 모두가 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이었다.
    물 하나로 남녀노소 현지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이렇게 다같이 한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축제를 가지고 있는 태국이 참으로 부러웠다. 시원한 물세례가 기대된다면 돌아오는 2016년 4월에는 꼭 쏭끄란 페스티벌을 놓치지 말자.


    ★ 여행 TIP

    △ 치앙마이는 태국 제2의 도시로 독특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방콕에서 700㎞ 떨어진 곳이다. 방콕에서 비행기로 1시간, 기차로는 15시간, 버스로는 12시간 소요된다.

    △ 쏭끄란 기간이 아닐 때 치앙마이를 방문한다면 고대 사원과 유적지를 느리게 걸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감상해도 좋다.

    △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히피와 예술가들의 천국인 빠이를 방문해도 좋다.(약 3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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