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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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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 청춘블루스] 청춘 8호, 주중엔 선생님 주말엔 가수, 권나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정직하고 비겁하지 않게 그 일을 열심히 하는 거야”
두려움·불안에 직면해 자기만의 속도로 하나씩 이뤄나가는 게 중요

  • 기사입력 : 2015-08-11 14: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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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나무씨가 지난 5일 창원 카페 ‘미카’에서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다.

    나는 두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일은 비슷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고 내가 이야기를 하면 다수가 귀를 기울이는 일이죠. 내가 가진 것들로 정성껏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저 행복한 일을 묵묵히 해 온 것 뿐인 내가 청춘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주중엔 선생님, 휴일엔 노래하는 나무= 이름은 권나무,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입니다. 홍대 앞에서 활동을 시작하던 무렵 들었던 김광석의 '나무'가 꼭 나와 같은 것 같아 예명으로 정했습니다. 제 나이는 서른이네요. 또 다른 이름은 권경렬, 충남 서천 오성초등학교에서 4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나는 아름다운 것이 좋아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서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껴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교대를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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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도 아름다운 것이죠. 대학시절 메탈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했던 것이 내가 음악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음악을 듣는 것과 부르는 것을 막연히 좋아했던 내가 음악 자체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정말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늘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못 미쳤어요. 혈기는 왕성하고,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죠. 그 당시의 나를 생각하면 늘 무언가와 싸우면서 사랑했던 모습이네요. 지금의 내겐 보물 같은 시간들이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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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작곡 '마부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권나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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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과의 싸움으로 허우적거리던 내가 나를 깨고 나올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내 손에 들려있던 어쿠스틱 기타였습니다. 나를 치유하기 위해 한 음 한 음, 한 자 한 자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듯 썼던 곡들이 나의 음악을 시작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2012년 말 교사 생활을 시작하게 됐고, 그때부터 주중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주말이면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옛 이야기를 하고 보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자니 불현듯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던 겨울, 거리에서 혼자 불렀던 자작곡 '밤하늘로'가 귓가에 쟁쟁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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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하는 권나무와 집중해서 듣고 있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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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나무씨가 'Going South' 창원 공연에 앞서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해 가내수공업자, 전국구 가수되다= 8월 공연 'Going South'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5일 창원에 이어 부산, 제주, 김해, 진주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노래를 부르고 있죠. 이렇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호흡하는 것이 행복할 따름입니다.

    조금 쑥스럽지만, 알아봐주거나 노래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습니다.

    좋은 우연이 겹쳤어요. 사촌 형의 작업실에서 내 노래를 들었던 형의 친구가 결혼식 축하공연에 나를 초대했는데, 거기가 홍대 앞 클럽이었죠. 뜻하지 않게 데뷔 무대를 가진 데 이어 하객 선물용으로 나의 자작곡 12곡을 묶어 직접 녹음하고 제작한 EP 앨범이 70장 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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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기와 재미가 생기더군요. 이후 음반 200장을 더 만들어 본격적으로 나를 알리기 시작했고, 힘들었지만 꾸준히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활동했습니다. 그 노력에 보상을 받듯 기회가 연달아 찾아왔습니다. 2014년 1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원한 오프 스테이지에 참여한 후 5월 EBS 스페이스 공감이란 프로그램에서 '헬로 루키'에 선정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고, 이어 11월 정규 1집 '그림'을 발표했습니다.

    타이틀 '어릴 때'로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은 건 일생일대의 사건이었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행복한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서울은 물론 전국을 돌아다니는데 유년시절을 보낸 김해와 친구들이 많이 있는 창원, 진주로 공연을 올 때면 감개무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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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나무씨가 정규 앨범 1집 '그림'의 타이틀곡 '어릴 때'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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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앨범 1집 '그림'의 타이틀 '어릴 때'를 열창 중인 권나무씨.


    ▲나무같이 푸른 청춘들에게= ┏돈을 많이 갖고 산 사람들/눈물 흘릴 줄은 모르구요/책을 많이 읽고 산 사람들/책을 찢을 줄은 모르네요/예쁜 애인이 있는 사람들/뭐가 예쁜지는 모르구요/신을 많이 믿고 산 사람들/자기 탓은 할 줄 모르네요//강 건너 불구경만 하다가 청춘을 허비하고/세상이 지운 빚을 갚다 내 빛을 잃고/이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줄 모르고/저 창문만 바라보네//(권나무 '이건 편협한 사고' 중)┛

    태풍의 눈 속에 있으면 태풍을 느낄 수 없듯이, 청춘의 한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나의 청춘을 깊이 들여다보지는 않았네요. 내 나이 서른, 하긴 내가 이렇게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을 돌며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도 청춘이 주는 에너지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10시간을 운전해도 견딜만하니까요.

    용감하게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열정에 귀 기울이고 표출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렇죠. 새삼 나의 청춘에게 고맙네요. 내가 나의 청춘을 제대로 살았는지는 지금보다 시간이 지나간 후에라야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청춘을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평가하기보단 미래의 나에게 나의 청춘을 물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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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권나무씨.

    다른 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부터도 '저렇게 하면 된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싫어하고, 막상 별 도움도 안 되더라구요. 책에 나오는 이야기, 어른이나 선배들의 이야기들은 그 나름대로 맞는 부분이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를 나타내기까지의 견뎌야 하는 시간, 불안과 두려움, 무력하고 외로운 시간들을 직면해내야 한다는 거에요.

    내가 알고 있는 것 한 가지는 자기만의 속도로 그것들을 천천히 돌파해 나가는 겁니다. 나 스스로 정직하게 보낸 과정을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면 나중 어느 시점에 문득 되돌아본 청춘이 그렇게 시시해 보이지는 않을 것 같아요. 도드라지지 않아도 곳곳에서 자신만의 빛을 내고 있는 청춘들이 많다는 믿음도 가지고 지냈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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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ing South' 창원 공연 중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권나무씨.
    ▲내일의 꿈나무= ┏이젠 그렇게 쉽게는 외롭다 말할 수 없어졌지만 주저함이 향기처럼 흩어지고 무언지 모를 차분한 것이 내맘에 조금씩 차오를 때/ 이젠 그렇게 쉽게는 알겠다 말할 수 없어졌지만 조급함이 바람처럼 흩날리고 무언지 모를 차분한 것이 내 맘에 조금씩 차오를 때/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듯 하나씩 마음이 자랄 때/ 질문이 멈추고 큰 길이 보일 때/ 난 용기가 필요할 때/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날 감싸 올 때…(권나무 '노래가 필요할 때' 중)┛

    노래가 필요할 때가 참 많죠? 나는 노래와 함께 커가고 있는 것 같아요. 투어를 마치고 올해 안에는 2집 앨범을 내고 싶어요. 이번엔 1집의 덤덤함을 버리고 사랑에 빠진 이의 입장에서 감성을 돋우어 듣는 이의 체온에 맞는 노래를 담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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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을 거듭할수록 다양한 악기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죠. 물론 우리반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어요. 먼 미래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따뜻한 한 가정을 지키는 듬직한 가장이 되어 있으면 좋겠네요. 사는 이야기를 담은 앨범도 몇 장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음악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길 바라요.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이 기사는 인터뷰를 토대로 기자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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