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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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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빚을 줄여야 빛이 보인다- 조기호(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기사입력 : 2015-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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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그리스 사태를 보며 이전에 우리나라가 겪었던 고통의 시간들이 새삼 떠오른다. 작금의 그리스도, 그 시절의 대한민국도 넓게 보면 결국은 빚 관리를 잘하지 못해 생긴 일이 아닌가?

    경남도에서 ‘부채 제로’를 적극 추진, 지방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빚 문제는 이렇듯 한 국가를 벼랑으로 몰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실상 리스크 관리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개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가계의 빚 증가가 우려할 수준으로 늘고 있다. 6월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달해, 전년 동기보다 7% 이상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증가에 비해 부채증가 속도가 빨라, 가처분 소득 100만원 중 빚 갚는 비용으로만 38만원을 지출하는 형국이다. 상당기간 지속된 초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가계 빚은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조차 대학 학자금 대출뿐 아니라,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각종 생활자금을 높은 금리로 빚을 내면서, 출발도 하기 전에 빚더미에 앉아 희망을 잃어버린 경우도 허다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도 각종 대책이 마련되겠지만, 각각의 경제주체인 개인들도 빚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빚은 잡초와 같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든 잘 생기고, 일단 생겨나면 잘 없어지지도 않거니와,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빚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중에 돈이 없으면 쉽게 빚을 내 쓴다. 이 경우 특별한 부가적 가치나 수익 발생은 없고 빚만 남는다. 이른바 ‘나쁜 빚’이 되는 것이다. 반면 빚이 투자 목적으로 잘 활용되어 대출이자보다도 많은 수익을 내는 ‘좋은 빚’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빚은 대부분 생산활동이 동반되는 기업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가계에서 발생되는 빚은 소비 용도로 소멸되는 나쁜 빚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빚은 일단 생겨난 후에는 점점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상당기간 이자만 내다 보면, 빚은 결국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옅어져서, 나중에는 빚 청산 의지도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후 소득이나 경제환경의 변동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되면 이미 상환능력이 부족해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빚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먼저 빚은 상환하지 않으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속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빚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평소에도 소비성향을 자제하고 필요한 물건은 미리 저축해 재원을 마련한 뒤 구입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물론 불요불급한 빚 발생은 아예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빚 발생이 불가피하다면 투기적 요소와 무리한 욕심을 철저히 배제하고 내 소득수준을 충분히 고려하여 빚 낼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빚 발생 후에는 빚을 갚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생활방식, 소비수준, 투자계획 등 가계의 모든 의사결정을 가급적 빚 청산 우선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빚 갚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경제활동이 진행되도록 소득재원 배분이 구조화돼 있다면 금상첨화다. 빚에 발목 잡혀 있으면 경제적 자유가 없으니 희망의 빛이 없다. 빚을 줄여야 빛이 보이는 이유다.

    조기호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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