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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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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함양 심마니 김종선씨

산 누비며 산삼 캐고 벌꿀 딴 15년, 진짜 心봤습니다

  • 기사입력 : 2015-08-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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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양군 서하면 반정마을 김종선(56)씨는 전국을 떠도는 산꾼으로 1년에 자연산 더덕 및 산삼을 수십 뿌리씩 캐는 등 별난 인생을 살고 있으며, 덕유산 줄기에서 생산한 감으로 곶감농사를 지어 최고가를 받는 억척 농부이기도 하다.

    함양에서 건설업으로 한때 성공했던 김씨는 IMF 외환위기 때 사업 실패로 화림계곡 상류지역인 함양군 서하면 반정마을 고향으로 돌아가 심마니 생활을 하면서 산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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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아침 정자문화의 진수인 화림동 계곡 옆에 자리 잡은 그의 집 앞마당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김씨는 “3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나 현재 부모님 김형곤(93)·이칠남(84)씨와 함께 생활하면서 불편함 없이 건강하게 부모님을 모시는 등 화목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하면 대봉산(괘관산) 아래 중산마을에서 태어나 부모님이 산약초를 캐서 5남매를 공부시켰다며,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자연을 익히고 산에서 자연 그대로 자라는 산당귀, 표고 버섯, 노루궁뎅이 등을 채취하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 지금의 산꾼으로 만들었다고 애기를 들려줬다.

    그는 함양읍에서 건설업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외환위기 때 어려움을 겪었고, 여관과 식당업을 하다 수억원의 빚을 지고 지금의 서하면 반정마을로 15년 전에 이사를 했다.

    그 후 술만 마시고 생활하던 중 건강을 잃어 병원에서 위장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산꾼이 됐다.

    인근 대봉산을 시작으로 황석산, 금원산, 덕유산 등 주변 산에서 산꾼 생활을 하던 중 들메나무에 들어 있는 토종벌을 발견, 들메나무 속의 자연산 토종꿀을 채취해 복용한 결과 위장이 거짓말처럼 치유돼 그 계기로 산삼과 토종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길도 나 있지 않은 깊은 산을 찾아 경사면 70도에 이르는 가파른 돌산을 기다시피 올라가기도 하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수풀을 헤치며 앞으로 나가기도 하는 등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산인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한다. 안전을 위협하는 뱀은 물론 한 번의 공격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는 꼬마쌍살벌, 밀렵꾼이 설치해 놓은 올무까지 있어 위험을 감수하고 산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10년 전에 본격적인 산꾼 생활을 하면서 함양 삼봉산 일원에서 100년산 산삼 수십 뿌리를 캤고, 그 산삼은 산삼경매장에서 최고 120년이라고 검증받기도 했다.

    요즘은 가짜 심마니와 가짜 산삼이 많다. 몇십 년 된 산삼 수십 뿌리를 캤다는 기사를 보면 대부분 장뇌를 산삼으로 둔갑시킨 경우가 많아 주로 혼자 산꾼 생활을 하고 있으며, 어린 삼은 캐지 않고 그대로 둔다. 그동안 언론에서 많은 접촉을 해 왔지만 피해 왔다고 한다.

    금원산, 대봉산, 법화산, 덕유산 일대에서 많은 양의 산삼을 캐는 등 산꾼과 심마니 생활을 하면서 번 돈으로 그동안 빚진 돈을 갚아 나가고 어려웠던 생활도 조금씩 형편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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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선씨가 대봉산 700고지에서 자연방법으로 토종벌을 키우고 있다.


    그는 평소에는 곡괭이를 들고 툭툭 치면서 산삼을 캐러 다니지만 광양 백운산에서는 그날따라 곡괭이를 가지고 가지 않아 철쭉 속을 헤쳐나가던 중 황소만한 멧돼지가 새끼를 낳아 보호하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공격을 당해 앞만 보고 달아난 위험한 일도 있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사라져 가는 토종벌 복원을 위해 대봉산 해발 700고지에서 토종벌 100여 통을 복원해 관리하고 있다.

    김씨는 대표적인 벌꿀 생산지역인 함양군 마천면 농가가 토종벌 멸종으로 농가소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5년 전 황석산과 대봉산에서 산삼을 찾던 중 들메나무에 벌집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날 벌집을 벌통으로 유인해 4ℓ 정도의 벌을 유인해서 기르게 됐다. 2년간에 걸쳐 20통을 만들었지만 1차로 실패를 경험한 후 청송과 덕유산·대봉산 등에서 4통을 잡는 데 성공해 자연방법으로 분봉해 현재는 100여 통에 이른다.

    지금은 4년 만에 100여 통으로 늘려 순수 천연방법으로 키우고 있으며, 월동 후 3월부터 버들강아지를 시작으로 4월 진달래, 5월 아카시아, 벚꽃나무, 층층나무, 6월 밤나무, 다래넝쿨, 머루, 고추나무, 찔레꽃, 7월 헛개나무, 싸리나무, 8월 산초나무, 칡, 뽕나무, 곰취, 산당귀, 더덕, 도라지, 두릅, 9월 구절초, 들국화 등, 10월에는 15일 전후에 농축을 끝내고 채취한다.

    김씨는 지금도 대봉산 700고지에서 토종벌 100여 통을 관리하고 있으며, 전국 명산인 전남 광양 백운산, 경북 일원산 등과 강원도까지 찾아다니며 약초꾼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벼농사, 곶감농사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김씨는 “사라져가는 토종벌을 복원시켜 주위에 공급하는 등 설탕을 전혀 쓰지 않는 천연꿀을 생산하겠다”며 “자연 그대로 방법으로 복원 중인 토종벌을 보급시켜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백수를 바라보는 부모님을 편하게 모시고 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며 “자연방법으로 약초를 재배하는 기술을 보급하고 산과 함께 살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희원 기자 seh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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